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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다보면 조금씩 더 자유로워질 거라 생각했다. 나이를 먹고, 아는 것이 많아지고, 두려움이 줄어들고, 용감해지고, 더 자유로워질 거라 생각했다. 교실 유리창을 가린 창살이 가끔 감옥처럼 느껴지고, 매일 같은 차림의 교복이 죄수복처럼 느껴지던 10대 시절의 믿음이었다. 어서 지긋지긋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 화장을 하고 캠퍼스를 거닐며, 방학 때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이 어른의 삶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꿈꾸던 대학생이 되고,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어른이 되었다. 그 시절보다 넓은 세계를 알게 되었고, 하고 싶은 것들도 늘어났지만, 해야만 할 일들, 해내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알게 된 것이 많아진 만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사람
위서현의 마음듣기
위서현
2021.09.0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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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쉴 수 없었던 휴가 상담 첫 날, 지영 씨는 지난 휴가에 도무지 쉴 수 없었던 경험부터 토로했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40대의 그녀는 자신이 일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상담실을 찾았지요. 그런데 일 덕분에 성취감을 누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잃을 정도로 일에 매몰된 워커홀릭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는 동안은 아무렇지 않다가도, 아무 일 없는 휴일이나, 몰아치던 프로젝트를 하나 마무리 짓고 나면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고, 울적한 생각이 슬며시 파고들며, 일을 놓으면 자신이 하잘것없어지리라는 생각에 눈물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쉼 없이 일하느라 누적된 피로가 터진 것인지, 그저 일만 하는 자신이 익숙해져버린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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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1.07.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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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무렵의 딸아이가 아침에 깨자마자 하는 일은 침대에 그대로 누운 채 간밤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었습니다. 양치질을 하러 일어나기만 해도 꿈이 머릿속에서 다 사라져버린다는 이유였죠. 아이의 꿈에는 동화 속 주인공이 나올 때도 있었고, 엄마가 자기를 섭섭하게 만들 때도 있었고, 과자 나라에서 마음껏 과자를 고르는 일도, 돌고래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꿈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이에도, 꿈을 한 장면이라도 더 기억하려 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전하려는 아이의 모습은 참 신기했습니다. 어른이 된 우리도 꿈은 현실과 무관하다 믿으면서도, 지난밤의 꿈을 말하고, 좋은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에 꿈풀이를 찾아보기도 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흐릿한 꿈 때문에 하루의 기분이 좌지우지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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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1.06.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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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 찾아온 40대 중반의 그녀는 몹시 지쳐 보였습니다. 매일같이 그녀를 다그치고 닦달하는 누군가에게 시달리는 듯했지요. “원래 제가 걱정이 많은 사람이긴 한데, 요즘은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겠어요. 살 수가 없네요.” 첫 마디와 함께 눈물을 쏟아내던 그녀는 20대에도 걱정과 불안이 많았지만, 아이를 낳고 가족이 늘면서 걱정도 함께 늘었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차 사고는 나지 않을까, 첫째가 친구들한테 왕따라도 당하지는 않을까, 막내가 유치원에서 뜨거운 물에 데기라도 하지는 않을지, 나쁜 친구를 사귀지는 않을지, 오늘 춥게 입고 갔는데 내내 떨다가 감기라도 걸리는 건 아닐까, 손톱을 안 깎아 보냈는데 친구와 놀다 상처라도 입히는 건 아니겠지. TV를 켜면 온갖 사건사고 얘기에 불안만 더 커져가고,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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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1.05.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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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그림처럼 앉아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해내는 남자. 처음엔 다들 그저 수줍음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서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회사에서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구석을 지키는 모습은 왠지 속 깊고, 사람들을 말없이 헤아려줄 것 같다는 인상을 남겼지요. 실제로 그는 동료를 잘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후배들에게 모진 말, 섭섭한 말 한 번 한 적 없고, 선배들에게도 공손하다는 평이 자자했습니다. 그렇다보니 그에게 마음의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자기 속을 허심탄회하게 터놓기보다 항상 들어주는 편이었기 때문에 팀원들의 고민상담소라 불릴 정도의 그였지만, 자기 고민은 깊을 대로 깊어져 휴직까지 고려하고 있었지요. 상담실을 찾은 그는 지금까지 회사에 들키지 않고 간신히 버텨왔지만, 더는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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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1.04.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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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아무래도 우울증인 것 같아요.’ 우울로 인해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을 종종 만납니다. 우울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울은 ‘걱정 우憂’와 ‘답답할 울鬱’이라는 두 글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憂가 뜻하는 걱정과 고통은 외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울鬱이 뜻하는 답답함은 내면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걱정과 문제들은 바깥 세상에 존재하는데, 대체 우리의 마음속을 답답하게 채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만난 20대 내담자가 있었습니다.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었지요. 아무 것도 하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며칠 동안 잠만 자기도, 며칠 동안 전혀 잠을 못 이루기도 하는 과수면과 불면을 오가는 사이, 죽음에 대한 생각도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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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1.03.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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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을 정리하면 그녀는 오늘도 부지런히 수첩을 꺼냅니다. 정확히 하루 열두 번, 오늘의 일정을 체크하고, 만난 사람과 식사 내용, 운동계획, 한 주간 해야 할 일 등을 틈틈이 적고 확인하고 정리합니다. 수첩 확인이 끝나고 나면 긴장했던 표정은 비로소 편안해지고, 불안에 떠돌던 마음은 닻을 내리는 기분이 들지요. 사실 그녀는 몇 년 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에 자주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수첩에 일정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첩을 정리하고, 확인하고, 새로 적곤 합니다. 서점에 가면 메모 습관이 현대인에게 얼마나 좋은지 말하는 책들도 가득하니, ‘역시 메모 습관은 들이기 잘했어’라는 생각이었지요. 문제가 생겼다 그런 그녀에게 언제부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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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1.02.0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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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콤플렉스 있으신가요?”라고 물으면, “저는 작은 눈이 콤플렉스에요”, “저는 키가 너무 작은 게 콤플렉스에요” 이런 대답을 듣게 되곤 합니다. 아마도 우리는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열등감’과 동일시하는 듯합니다. 유난히 돈 얘기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돈 콤플렉스가 있다 하고, 평소 잘하다가 시험만 보면 긴장을 해 시험을 망치는 사람에게는 시험 콤플렉스가 있다 하지요. 자기 소망을 억압하고 희생하며, 타인에게 착한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이에게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그 곳’만 건드리면 펑 터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상처가 유독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곳, 우리의 아픈 기억이 뭉친 근육처럼 잔뜩 긴장하고 있는 곳, 바로 그 곳이 우리의 콤플렉스가 자리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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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1.01.0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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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는 아득한 시간과 거리를 두고 이어지는 남자와 여자의 소통으로 채워져 있다. 영화 속 2047년, 인간의 삶의 경계가 태양계를 넘어서 우주의 일상과 지구의 일상이 뒤섞인다. 중학교 시절의 추억만을 가지고 한 사람은 우주에서, 한 사람은 지구에서 주고받는 그들의 이야기. 우주와 지구라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괴리감 속에서 그들이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다. “잘 지내니? 나는 외롭지만, 잘 지내고 있어.” 그 사소한 말을 담은 메시지는 전송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린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변해갈까. 영화 속 남자의 대사처럼 ‘빛의 속도로 8년이나 되는 거리’란, ‘영원’이란 것과 차이가 없다. 하고 싶은,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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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0.12.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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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돌봄’의 대명사라고 부른다. 가족 안에서도, 직장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는 언제나 살뜰히 돌보고 돕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만나기만 하면 아픈 얘기, 힘든 얘기들을 털어놓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에게 갑자기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누군가의 요구를 거절 못하고,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를 담아주기만 하던 그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온 건 고통스럽지만,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돌볼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자신 안의 요구를 들어주고, 자기 안의 이야기를 꺼내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가복음에서는 예수가 들려준 ‘강도 만난 자’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야기는 어느 유대인이 길에서 강도를 만난 사건으로 시작한다. 강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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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0.11.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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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가게에 가면 안티에이징(anti-aging) 코너를 만나게 된다. 주름을 막아준다는 크림, 에센스를 비롯해, 두피 노화를 방지하는 앰플, 탄력을 생기게 하는 얼굴 마사지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30대부터 안티에이징은 필수죠”라고 말하며 다가오는 직원까지 마주치고 나면 어느새 손에는 제품 하나가 들려져 있다. ‘안 쓰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요즘 나이 들어보였는데 아무래도 조금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에 가뿐해진 발걸음 뒤로, ‘이런 제품에 관심 가는 나이인건가?’하는 묘한 자각도 뒤따라온다. 안티-에이징은 ‘나이 듦을 방지하는’, ‘항노화’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나이 듦과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노화가 맞서 싸워 이겨내고, 극복해야 할 대상일까.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변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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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0.10.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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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담실에 많은 사람들이 문을 두드린다. 남편과 소통이 되지 않아 화가 난다는 한 여성, 진로 문제로 우울증에 빠졌다는 청년, 자녀 문제로 화병이 났다는 중년 여성, 자해 문제로 상담의뢰를 받은 청소년, 퇴직 후 길을 잃은 것 같다는 중년 남성. 삶의 배경이 다르고, 살아온 경험이 다르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 만큼, 저마다 고민과 이유도 모두 다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똑같은 고민이란 어쩌면 없는지 모른다. 신기한 것은 상담실을 나서면서 하는 말은 참 비슷하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내가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요. 이제야 좀 살 것 같네요.’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그의 상담이론인 ‘내담자 중심 치료’를 통해 을 강조하였다. 이후 현대 상담학의 여러 이론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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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0.09.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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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어온 과거의 시간들은 현재의 우리를 얼마나 좌우하는 것일까.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유년시절 풍경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기꺼이 우리는 함께 그 풍경으로 걸어 들어가곤 한다. 엄격했던 부모님의 얼굴, 사랑받지 못한 11살 생일의 우울, 자신에게는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아버지의 환한 웃음이 남동생에게 향하고 있던 그 날, 친구들에게 끌려가 폭력을 당하던 공포,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나 어머니 그 누구도 아닌 할머니 집으로 걸어 들어가던 날의 눈물. 그 날들을 기억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 뿐 아니라 감각까지 이입되어 온 몸이 얼어붙곤 한다. 그것들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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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0.07.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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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여성 내담자를 만난 일이 있다. 신경과, 이비인후과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다 받아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다보니, 혹시 마음의 문제인가 싶어 상담실을 찾았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담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주변에서 떠밀듯이 가보라고 해서 상담실까지 오긴 했지만, 사실 특별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는 없거든요.” 직장에서 한창 바쁘게 일하며, 마음 부대끼던 20대와 30대 초반을 지나, 이제 10년차에 접어든 회사에서 그녀는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었다. 크게 속상할 일도 없고, 괴롭힐 상사도 없고, 그야말로 안정적인 시기를 지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아무 탈이 없다가, 오히려 휴일, 모든 걸 마치고 홀로 퇴근하는 길이면 메스꺼움을 느낄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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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현
2020.06.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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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들여다볼수록 참 깊은 맛이 있다. 하나의 단어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말일수록 더욱 그렇다. 요즘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 단어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들이다’라는 말이다. ‘들이다’라는 글자에는 많은 의미가 담긴다. ‘바깥에 있는 것을 안으로 향하게 하다’, ‘빛이나 물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다’, ‘머무르다’, ‘물건을 안으로 가지고 오다’, ‘새로 사람을 맞이하다’, ‘색이나 물기 등이 스미거나 배다’, ‘과일 같은 음식의 맛이 익어 알맞게 되다’, ‘어떤 일에 시간이나 노력을 쓰다’ 등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임에도 이렇게 많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줄 몰랐다.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변함없이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분명히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들이다
위서현의 마음듣기
위서현
2020.05.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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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로 방송을 하던 15년의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은 아침 7시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과 저녁 7시 뉴스를 진행하던 4년여의 시간들이다. 어떤 애청자분은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켜면 나오고, 저녁에 퇴근해 TV뉴스를 켜면 또 같은 사람이 나온다며, 나에게 ‘7시의 여자’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었다. 새벽 6시와 오후 4시, 하루에 두 번 출근을 하고, 비어있는 낮 시간에는 대학원 석사과정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아침 7시에 피곤한 목소리로 라디오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새벽 4시면 깨어나 운동을 하고, 분장실에서 대학원 과제를 하고, 방송용 메이크업을 다 해놓고 서강대교를 건너 대학원 수업을 들은 뒤, 여의도로 돌아오면 바로 의상을 갈아입고, 그 날의 원고를 받아들고선 뉴스에 들어갔다.
위서현의 마음듣기
위서현
2020.04.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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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질문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이란 이해하지 못하는 한 대상을 이해하고자, 그 대상을 향해 놓는 ‘다리’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이해를 한없이 넓혀가는 아이들은, 그래서 질문이 늘 넘친다. ‘비는 왜 와요?’, ‘남자와 여자는 왜 다르게 생겼어요?’, ‘저녁이 되면 하늘은 왜 자꾸 빨개져요?’처럼 백과사전 속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들. ‘물웅덩이에서 왜 첨벙첨벙 뛰면 안 돼요?’, ‘왜 종이 안에만 그림을 그려야 해요?’처럼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의 세계에 아이들 내면의 자유로움이 부딪히며 탄생하는 질문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에게 화가 났을 땐 어떻게 해요?’, ‘내 소중한 장난감을 친구가 함부로 다룰
위서현의 마음듣기
위서현
2020.03.01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