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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야 그 뜻을 알게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들을 때는 몰랐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툭 툭 하시던 말씀을 그 때는 몰랐다가 돌아가신 뒤에야 비로소 눈물로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그렇기도 하고, 친구의 충고가 그렇기도 하지요. 하물며 영원하신 주님의 말씀이겠습니까? 우리가 어리거나 어리석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가르치는 한 방식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목회의 길은 피눈물의 길이다’라는 말이 그랬습니다. 오래 전에 들은 그 말은 비장하게 다가왔지만, 그렇다고 그 말을 실감할 수는 없었습니다. 목회의 길을 걷다보면 괴롭고 마음 아픈 순간을 자주 만납니다. 이런저런 한계를 뼈아프게 경험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일상에서 길어올린 풍경
한희철
2016.10.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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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흠이 얻은 땅은 톨스토이가 쓴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난한 농부 바흠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많은 땅을 가지려 한다. 소작농이었던 그는 조금씩 땅을 늘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흠은 지나가던 상인을 통해 바시키르라는 곳에 가면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의 땅을 얻을 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바흠은 즉시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마침내 바시키르에 도착한 바흠은 촌장으로부터 원하는 만큼의 땅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혹시 나중에 땅을 빼앗기는 게 아닐까 생각한 바흠은 등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며 땅값을 묻는다. 그 때 촌장의 대답이 뜻밖이다. 하루당 1000루블이라 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땅이 자기 땅이 되는데, 그 값이 1000루블이라는
일상에서 길어올린 풍경
한희철
2016.06.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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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세상에 천사가 어디 있느냐고, 아직도 그런 걸 다 믿느냐고, 어쩌면 샤갈의 그림 속에, 혹은 먼 나라 옛 이야기 속에, 혹은 꿈속이나 유년의 마음속에, 어쩌면 지금은 빛이 바랜 교리 속에 머물러 있다면 모를까 실제로야 천사가 어디 있겠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영적인 눈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겁고 딱딱한 이야기겠지요. 어쩌면 마음이 메마른 탓인지도 모릅니다. 그보다는 꿈을 잃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요. 짙게 낀 황사처럼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현실, 어디가 길인지도 모른 채 분주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슬며시 지나가는 천사의 날개가 쉬 눈에 띌 리는 없을 테니까요. 주위에서 만나는 천사들 하루에 두 번 공원에 나와 겨우내 참새에게 모이를 준 한 아
일상에서 길어올린 풍경
한희철
2016.04.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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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제 서재 책장에는 작은 액자 속에 담겨 있는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머리 위로 허옇게 서리가 내리고 등이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손에 막대기 지팡이를 드신 채로 황소 한 마리를 끌고 있는 사진입니다. 뿔 한 쪽은 하늘을 향해 솟고 다른 한 쪽은 옆으로 누운 황소는 덩치가 크고 잘생겼습니다. 지금 황소는 등에 멍에를 멘 채 무엇인가를 끌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지나고 있는 길가 산수유나무가 빈 가지인 것을 보면 한 겨울이 분명한데, 일도 없는 겨울에 소는 무엇을 끌고 있는 것일까 싶습니다. 사진을 가만 들여다보면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고 있는 황소는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소가 침을 흘린다는 것은 일이 고되다는 것, 소가 끌고 있는 것에 눈이 가는데 대번 눈에 띄는 것이 ‘타이어’
일상에서 길어올린 풍경
한희철
2016.02.07 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