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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지혜(가명, 23세 여성)는 저녁마다 PC방에서 일해 생활하는 생계형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었다. 가족 없이 혼자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1인 가구 청년의 삶이기에, 지혜에게 그곳은 ‘알바’라기 보다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혜는 늦은 오후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불안정한 알바를 겨우 이어갈 뿐, 미래를 준비하고 지속가능한 직업을 구하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걸 배워보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자고 해도 알겠다고 할 뿐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별다른 변화 없는 상담이 1년째 이어지면서, 뭐라도 시도해보도록 잠깐이라도 사무직 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자체가 청년 일경험을 지원하는 한 달 동안의 ‘인턴십 프로그램’(가칭) 제도는 금방 발견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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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2020.11.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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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정말 그런가? 사람들은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취급을 하곤 해.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절박함이 없다고 욕을 하지. ‘돈을 버는 것’만이 ‘일’인 걸까. 나는 오늘 하루도 고되게 보냈는데. 돈을 못 번다고, 왜 욕을 먹어야 하지. 나는 오늘도 고된 일을 했는데. ‘일을 구하는 일’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 ‘내게 일을 달라는 일’을 했는데. - ‘일하는학교 청년 글쓰기 모임’ 문집 중에서 몇 해 전, 일하는학교의 글쓰기 모임에서 한 청년이 썼던 글이다. 그 청년은 심리적 어려움과 독특한 개성 때문에 20대 후반이 되도록 변변한 취업이나 알바경험이 없었고, 매일 면접에서 떨어지고는 상처받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청년의 마음을 가장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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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2020.07.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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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취업 성공했어요. 인재를 알아보는 곳이 있네요. ㅋ’ 민호의 메시지에서 들떴을 목소리가 떠오른다. 몇 해 만에 은둔상태를 벗어나, 취업을 준비해보겠다고 선언한 뒤로 별 다른 소식이 없던 민호. 작은 커피 로스팅 회사의 판매 직원으로 채용이 되었다고 한다. 스물일곱 살 민호의 첫 번째 취업이다. 열일곱 살 무렵부터 학교를 가지 않고 은둔생활을 시작했던 민호는 십년에 걸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세상과 부닥치고 만나면서 사회로 한발씩 걸어 나왔다. 어떤 때는 당장 큰 성공을 이룰 것처럼 달려 나가다가, 또 얼마 뒤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좌절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청각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부모,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야 하는 경제형편, 부모 영향으로 집안에서만 살아와 제때 성장하지 못한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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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2020.05.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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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어디까지 함께 걸어야 하는 걸까. 함께 걷다보면, 어디서부턴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걷게 될까. ‘윤희’는 이제 서른 살이다. 취업은 커녕 1년 이상 알바를 해본 적도 없는 이 무직·무업청년의 삶이 암담하고 답답했다. 변하지 않고 극복하지 못하는 그런 윤희에게 차츰 지치고 화가 났다. 처음 만났던 때 윤희는 열여섯 살의 그런대로 총명한 아이였다.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과 주변 세계를 그려내는 독특한 시선과 감수성에 여러 사람들이 기대를 가졌었다. 대학을 보내려고, 예술가로 키워보려 했고, 직접 월급을 주면서 단체의 상근자로 키워보려고도 했다. 멘토도 연결해주고 마음 좋은 사장님을 찾아 취업할 곳도 연결해 주었었다. 하지만 서른 살이 되도록, 윤희는 우리가 애쓰고 이끌었던 길들 어느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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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2020.03.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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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어디에요? 5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요? 차비가 없어요.” 많은 제자, 청년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분주한 카카오톡 대화 창들 속에서, A의 연락은 늘 막막한 상황을 전한다. 늘 돈이 없고, 일자리가 없고, 빚을 갚아야 하고, 하루하루 살아나갈 길이 막막한,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고 여성인 A.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서 일하던 시절 만난 오랜 제자다. 열다섯 살 무렵에 만났으니, 이제 십년이 조금 넘었다. 그 시간 동안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아마도 A의 동갑내기들은 대학도 다니고, 취업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연애도 하면서 ‘청년의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A의 삶은 그런 삶과는 너무나 다르고, 고된 시간들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나 가족의 도움 없이 살아왔다. 일찍 양육을 포기한 부모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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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2020.01.01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