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로 마음의 날이 섰다

초등생 딸 둘을 둔 워킹맘 A씨는 요즘 잔뜩 예민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딸 둘을 건강하게 잘 키우며, 회사에서도 인정받아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감정이 올라온 것은 딸 친구 엄마 B와 가깝게 지내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B는 늘 우아하고, 자기관리를 잘 하는데다, B씨의 딸은 공부부터 음악, 미술, 운동 모두 만능에, 모녀지간도 항상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입니다. 이에 비해 자신은 매일 딸들과 지지고 볶으며, 회사일만으로도 쳇바퀴 돌듯 허우적거리며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순간 그녀에게 질투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마음의 날이 서면서 날카롭게 반응하게 되고, 그녀에게 흠잡을 것을 찾게 돼 더 괴롭습니다.

시기심의 희생양 <오텔로>의 ‘이아고’

여기, 시기심의 희생양이 된 한 사람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 Otello>에 나오는 ‘이아고’. 셰익스피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오텔로는 베네치아의 장군인 오텔로와 부하 이아고 사이의 증오를 담은 오페라입니다. 오텔로는 베네치아 최고의 미인, 데스데모나를 아내로 얻은 뒤 사이프러스로 떠나면서 이아고가 아닌 카시오를 부관으로 진급시킵니다. 이에 이아고는 시기심을 가누지 못하고 증오에 휩싸여 계략을 꾸밉니다. 바로 오텔로가 아내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었죠. 오텔로가 콤플렉스와 열등감에 늘 시달리는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오텔로는 계략에 쉽게 넘어갑니다. 그래서 결국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신도 파멸의 길을 걷게 되지요. 이아고는 그의 비열함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능숙하게 질투심을 끌어내고, 타인을 파멸로 끌고 갈만큼 자신을 신뢰하게 만들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의 악마와도 같은 성격은 2막 속 이아고의 신조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Credo in un Dio crudel)’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나는 사악하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니까. 나는 내 안에서 원초적 추함을 느낀다.”

주인공보다 더 강렬하게 각인되는 캐릭터 이아고는 악의 화신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아고 또한 시기심이라는 감정의 희생양 아닐까요. 질투와 시기심에 사로잡혀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도 파괴해야만 하는 사람. 그런 이아고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적잖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파괴해도 끝나지 않는 감정

정신분석학에서 시기심은 인간 근원의 정서로 ‘생애 초기부터 작용하는 유아의 파괴적 충동’으로 정의됩니다.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에 의하면 시기심은 유아가 엄마와의 관계에서 ‘완전한 일체감’, ‘유토피아’를 원하다가, 이를 얻지 못해 겪는 상실감에서 시작되는 감정입니다. 이 감정이 바깥으로 향할 때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로 터져 나오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시기심이란 결코 성취될 수 없는 감정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시기하는 그 사람을 아무리 파괴해도 끝나지 않는, 해결되지 않는 감정이라는 겁니다.

이아고는 원하던 대로 주변세계가 모두 파멸되고 파괴되어서 행복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시기심은 끝없는 공격성과 불안을 만들어내 결국 스스로가 가장 괴로워질 뿐이니까요.

멜라니 클라인은 그녀의 책 <시기심과 감사>를 통해 시기심과 공격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감사’를 말합니다. 평생을 바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 참 단순하고도 깊은 샘물 같습니다. 시기심이 고개들 때마다 내 삶에 감사한 것 하나 세어, 알약처럼 꿀꺽 삼켜볼 일입니다.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는 것을 믿는다면 말이지요.

위서현

전 KBS아나운서. 연세대학교 상담코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연세대학교 상담코칭학 객원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만남의 힘>, <뜨거운 위로 한그릇>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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