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유난히 추석이 빨리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을을 맞는 마음이 조금은 어색합니다. 성장촉진제를 맞은 과일들이 과일가게를 채워서 인지요. 아직은 햇과일이 제 맛을 낼 시간이 아니니까요. 가을 들녘은 순리에 맞는 때 풍요를 선물해줍니다. 지금 우리는 그 ‘순리’를 따라 우리 삶의 시간들을 보정할 필요를 느낍니다. 궤적을 참 많이도 벗어난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회귀할 길을 잃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빨리 온 추석 덕분에 조금은 길 것 같은 이 가을 마음을 닦는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도 고루 감사가 안겨질 수 있는 계절이길 기도합니다. - 아름다운동행 생각
칼럼
박에스더 기자
2014.08.31 13:24
-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름다운동행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한해 아름다운동행을 후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동행 가족 일동은 독자 여러분들이 새해에는 더 큰 희망으로 힘차게 2014년을 열어 가시길 소망합니다. 누군가는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진정한 희망의 근거를 이렇게 제시합니다. “그가 내 우편에 계시도다 그러므로 내 마음이 기뻐하였고 내 혀도 즐거워하였으며 육체도 희망에 거하리니”(사도행전 2:25~26).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다윗이 노래했던 ‘마음이 기쁘고 혀가 즐거우며 육체가 희망에 거하는’ 축복이 2014년 한해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아름다운동행 가족 일동
칼럼
김수안 사진 작가
2014.01.05 11:34
-
흔히 알고 있듯이,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청교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620년 146명의 영국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에서 발견한 것은 자유가 아니라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이었습니다. 그해 봄을 맞기 전까지 44명의 청교도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견디기 힘든 혹독한 시련과 어려움을 겪고 거둬들인 첫 수확물을 보았을 때 그들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아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었겠지요. 그들은 그 소중한 첫 결실을 하나님 앞에 먼저 드렸습니다. 이것이 추수감사절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수감사절은 이후 50년 동안 왕정시대의 관습이란 이유로 중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부활시킨 사람은 링컨 대통령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다시 국경일
칼럼
김지홍 기자
2013.11.17 13:36
-
‘운세’ 즐겨보기 한때 ‘오늘의 운세’를 즐겨 봤던 적이 있었다. 신문 한 귀퉁이에 있던 오늘의 운세는 어디에서 귀인이 나타나 당신을 도와줄 거라며 설레게 하기도 하고,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말조심 하라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색깔의 옷을 입으라고 일러주며 친절한 코디네이터 역할까지 해준다. 오직 띠 하나로 이것저것 섬세하게 알려주는 신통방통한 코너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운세’를 즐겨보니 웬만한 여성잡지에는 다 들어있는 ‘별자리 운세’나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 역시 꼭 펼쳐보는 코너 가운데 하나였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이달의 별자리 운세를 보면서, ‘아, 그래서 내게 그런 일이 생긴 건가?’라며 지난날의 불운을 합리화하기도 하고 금전 운이 좋을 다음 주를 기대해 보기도 했다. 굳이
칼럼
배지영
2013.03.24 10:48
-
어린 시절 ‘추억의 단골가게’ 어린 시절부터 줄기차게 갔던 떡볶이 집은 일명 ‘콩나물 떡볶이 집’으로 불렸다. 어묵 국물 대신 콩나물국을 주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 집 말고도 나에겐 단골 가게라 불릴 만한 곳이 몇 군데나 더 있었다. 한때 연탄 가게를 겸하여 했던 ‘알뜰슈퍼’가 그러했고, 딸 자랑이 끊이지 않던 금잔디 미용실이 그러했다. 새로 들어온 만화책의 1, 2권을 곧잘 서비스로 빌려주던 인심 좋은 ‘안델센 책 대여점’도 있었고 좁은 가게 이곳저곳에 다양한 학용품들이 잘도 쟁여져 있던 ‘금성 문방구’도 있었다. 사실 이 단골가게는 요즘 말하는 ‘친절 경영’과는 거리가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처럼 싹싹하고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며 인사하지도 않았다. 들어오든 나가든 관심 없는 건 예사였고, 인기 드
칼럼
배지영
2013.03.10 14:22
-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 ‘더 까다롭게’ 예전에 알고 지내던 구성작가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맡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 A에 대해 이야기 했다. A는 방송 중에 시를 낭송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덕분에 친구는 고심이 많았다. A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고 한다. A의 독서량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구성작가인 친구가 고심해서 어떤 시를 선정하면, A는 일단 작가가 누군지 묻고 이런 평을 했다. “걔가 내 학교 후배잖아. 그때 쓰던 시 스타일 그대로라니까. 진부해.” 그러면서 퇴짜를 줬다. 참고로 A의 후배라는 그 시인은 국민 시인으로 불릴 만큼 ‘안티’가 거의 없는 이였다. 또 유독 한 작가의 글은 절대 인용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그 작가 역
칼럼
배지영
2013.02.24 12:22
-
교훈의 말들 연초가 되니 아무래도 여기저기서 교훈의 말들을 많이 듣게 된다. 고백하자면 난 그러한 ‘교훈의 말’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고 싶은 대로 스스로를 내버려 두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성격이라, 자기계발서에 담긴 글이나, 어느 유명하다는 ‘멘토’의 강의가 가끔 카페인 같은 작용을 한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래 이렇게 나태해선 안 돼’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교훈모드에 경도돼 있다가도 ‘왜 그래야만 하는데?’라는 반발이 솟구치기도 하지만. 얼마 전 한 강사의 ‘하루 경영법’이란 강의를 듣게 됐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하루를 보면 그 사람의 전체가 보인다고 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친구와의 전화 수다로 반나절을 보내고 의미 없는 저녁 약속으로 하루를 흘려보내는 평범한 대학생의
칼럼
배지영
2013.02.03 13:48
-
그때 그 길을 걸으면서 80년대의 한 때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생선 궤짝 몇 개를 이어 붙여 만든 우리 안에는 토끼 몇 마리가 배춧잎을 뜯어 먹고 있었다. 울타리라 할 것도, 마당이라 할 것도 없어 보이는 곳에는 평상이 놓여 있었고, 소매 달린 런닝을 입은 할아버지 한 분이 부채를 천천히 부치고 앉아 있었다. 그 옆엔 손자 녀석인 듯한 열 댓 살 먹은 사내아이가 옥수수를 불고 있었다. 투박한 화분이 낡은 담장 밖에 죽 놓여있고 붉은 맨드라미가 심겨져 있었다. 더구나 바로 옆은 기찻길이었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길을 발견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 길을 걷노라니 시간을 거슬러 즐거웠던 유년의 어느 한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발견한 ‘고흐의 길’ 나는 그 길을 멋대로 ‘
칼럼
배지영
2013.01.20 13:05
-
비밀의 장소 ‘잃어버린 인형들의 방’ 어린 시절, 우리 집 천장에는 네모난 상자를 붙여놓은 듯 불룩 튀어나온 공간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시멘트로 발라져 있는 것이 이상해 보였는데 어린 마음에는 어쩐지 비밀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하기 보다는 멋대로 상상하기 좋아했던 나는 그곳을 ‘잃어버린 인형들의 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내가 그렇게 부른 데는 나름의 까닭이 있었다. 소중히 아끼며 갖고 놀던 인형이나 머리핀, 구슬 등이 어느 순간 사라질 때가 있었다. 어디에 흘려 잃어버린 것이 분명했겠지만 당시로서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은 어딘가로 떠나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천장에 불룩 튀어나온, 비밀스러워 보였던, ‘잃어버린 인형들의 방’으
칼럼
배지영
2013.01.06 12:16
-
2013년 새해 순결한 시작 흰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새로이 선물로 받은 한 해를 감사함으로 받으며 겸손히 살기를 기도합니다. 글/사진=김수안 사진작가. 컴퓨터 관련 일에 종사하다 어느 날 사진에 매료돼 전문적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독사진가협회 회원으로 잡지 ‘활천’, ‘국민일보’ 등에 사진 에세이 등을 연재한 바 있다.
칼럼
김수안
2013.01.06 11:54
-
요즘 많이 쓰는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을 보면 프로필 설정 기능에 사진과 상태 메시지를 올릴 수 있다. 이것은 이름과 같이 노출되어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는데, 거기에는 몇 가지 유형이 존재하는 듯싶다. 우선 자신에게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쓰는 유형. 예컨대 여행을 갔다 왔다면 여행지 사진과 함께 ‘다시 가고 싶다’라든가 ‘행복한 시간’ 등이라고 쓴다. 또 자신에게 힘든 일이 있었던 것을 암시하거나 위로 받고 싶어 하는 듯한 메시지도 있다. 스산한 풍경 사진을 올려놓고 ‘내 마음 아무도 몰라’, ‘우울해’ 등의 글이 직접적으로 쓰여 있기도 하다. 자랑하고 싶은 사연들, 가령 자녀가 상을 탔거나 예쁜 그림을 그린 것을 올리거나 누가 뭐래도(자신의 눈에는 가장 멋지고 예뻐 보일) 자녀나 배우자의 사진을 사랑스런 글
칼럼
배지영
2012.12.02 14:24
-
은퇴 후 새로 생긴 아버지 취미 ‘옷 쇼핑’ 친구의 아버지는 꽤 성공한 사람이었다. 내가 듣기론, 평범한 회사원으로 입사해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오른 분이라고 했다. 그 분은 근검절약이 늘 몸에 배어 있어 옷 한 벌도 맘 편히 사 입지 않았다고 한다. 매우 엄격하시고 자기 절제가 뛰어난 분인 듯싶었다. 그런 아버지가 은퇴를 하시고 생긴 취미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쇼핑’이라는 것이다. 어떤 쇼핑이냐 하면, 주로 옷을 사는 거란다. 처음엔 친구가 자신이 입은 옷을 가리키며, “이거 우리 아빠가 사다주신 옷이야”라고 했을 때 나의 반응은 이랬다. “아, 너희 아버지도 나이 드시니까 많이 변하셨다. 자상하게 아들 옷까지 사다 주시고.” 그러자 친구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말이야, 다 중고 의류 파는 데서
칼럼
배지영
2012.11.18 15:45
-
1마일을 4분 이내로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유수의 전문가들, 그러니까 의학 박사도 스포츠 전문가들도 입을 모았다. 당시 트랙 4바퀴를 도는 거리가 1마일이었는데, 한 바퀴에 1분씩 달리는 것은 인간이 지닌 한계라 했다. 시간을 단축시키려 욕심내다간 인간의 폐와 심장은 파열되며 근육과 인대가 찢어진다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도전하는 육상선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마일을 4분 이내 달린 선수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로저 배니스터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평범한 의대생, 마의 4초벽을 깨다로저 배니스터는 아마추어 마라톤 선수였으며 의대생이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이 기록을 깨기로 했다. 그리고 1954년, 그는 3분 59초 4를 기록했다. 마의 벽이 깨진 것이다. 물
칼럼
배지영
2012.11.04 15:03
-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란 영화가 있다. 90년대 말에 나온 영화로 고소영과 임창정이 주연이었다. 그리 큰 흥행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봐도 참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초짜 야구심판과 당대 최고 여배우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랑 이야기는 바로 ‘꿈’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꿈의 절대적 기준, ‘나’영화 속 임창정이 고소영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교통순경이었다. 무면허로 차를 몰고 있는 여대생에게 딱지를 끊는 대신 그는 운전 연수를 시켜주면서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한다. 그는 야구 선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체격도 왜소하고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꿈’에 대한 상식(?)이라면
칼럼
배지영
2012.10.21 15:38
-
중학교에 올라간 뒤 가장 무서웠던 시간은 체육 시간이었다. 학기 초엔 대개 ‘질서 운동’이란 걸 했다. 별 것은 아니었다. 우향우 좌향좌 자세를 배우고 줄 맞춰서 걷는 거였다. 뒤로 돌아서 걷고 절도 있게 제자리에 서고. 선생님이 지휘봉(몽둥이나 다름없었다)으로 아무나 지적하면 차례대로 번호를 불러야 했다. 당시 체육 시간 ‘질서 운동’의 핵심은 다분히 신속함과 절도였으며 그야말로 ‘군대 스타일’이었다. 군대 스타일의 부작용그러나 쉬는 시간이면 초등학교 때 놀던 대로 운동장에서 고무줄놀이나 하고 연습장에 빙고나 그리며 시시덕거리던 여중생에게 그러한 군대 스타일이 맞을 리 없었다. 엄격한 선생님의 구령과 호통에 겁먹은 아이들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선생님은 조금이라도 줄을 잘 못 서거나 우향우 좌향좌를 헷
칼럼
배지영
2012.10.07 10:04
-
한 번 헤맨 길은 다음에 갈 때도 헤매기 마련이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많이 물어본 길일수록 더 그렇다. 가야되는 곳의 방향이 아니라 가변적인 것들, 예컨대 간판의 이름, 길가에 심겨 있는 꽃이나 나무, 대문의 색깔, 혹은 평상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특징 같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고 다른 건물이 들어서면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길치’가 길을 못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길치는 대개 ‘직진해서 우회전하면 사거리가 나와. 그리고 3시 방향에 00빌딩이 보일거야’라는 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걸어가다 보면 옆면이 찌그러진 하늘색 입간판이 보일거야. 평상이 있고. 거기에 가끔 고추를 말려놓기도 하는데. 그 옆으로 가다보면 누런 개가 있는 녹색 대문이 나와’라는 식이다. 말하
칼럼
배지영
2012.09.12 11:15
-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야구장에 갔다. 시원스레 날아가던 2루타 공을 바라보던 그의 마음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이제부터 소설을 쓰자.’ 심사숙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설득이나 권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책 읽고 음악 듣는 걸 즐기던 한 재즈카페 주인은, ‘어느 날 갑자기’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실행했다. 이후 그는 지금껏 소설을 쓰고 있다. 나의 선택이 아닌 그 분의 선택사람의 생각이나 인생이 전적으로 바뀌는 순간은 대개 오랜 고민으로 완성된다. 목표를 정하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계획을 통해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것도 있다. 그래서 우리
칼럼
배지영
2012.09.02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