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 즐겨보기
한때 ‘오늘의 운세’를 즐겨 봤던 적이 있었다. 신문 한 귀퉁이에 있던 오늘의 운세는 어디에서 귀인이 나타나 당신을 도와줄 거라며 설레게 하기도 하고,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말조심 하라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색깔의 옷을 입으라고 일러주며 친절한 코디네이터 역할까지 해준다. 오직 띠 하나로 이것저것 섬세하게 알려주는 신통방통한 코너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운세’를 즐겨보니 웬만한 여성잡지에는 다 들어있는 ‘별자리 운세’나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 역시 꼭 펼쳐보는 코너 가운데 하나였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이달의 별자리 운세를 보면서, ‘아, 그래서 내게 그런 일이 생긴 건가?’라며 지난날의 불운을 합리화하기도 하고 금전 운이 좋을 다음 주를 기대해 보기도 했다.
굳이 믿는 건 아니고 그저 재미로 보는 거라 하면서도,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에 흔들리고 새로운 만남이나 시도를 보류하라는 조언에 가끔 계획을 변경하기도 했다.
더구나 난 꿈을 무척 잘 꾸고 다음 날 기억도 잘 나는 편이라, 인터넷으로 꿈 풀이를 찾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거나 현실에 어려움이 있을 때면 해몽 하나로 위로를 찾기도 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암시적 역할을 기대었던 것 같다.

미래의 안내서가 결코 되지 못한다
그러다 교회를 다니고 신앙을 갖게 되면서 이러한 것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혈액형, 별자리, 해몽 등은 나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감을 갖고 결정을 내리게 하는 안내서가 결코 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실 그러한 것에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개인의 자유는 줄고 선택의 폭은 좁아지며 그 어떤 결정도 불안한 법이다.
해몽 사이트에서 전날 꾼 꿈의 의미를 찾고, 오늘의 운세를 보며 구설수에 오를까 괜히 노심초사하게 만들고, 입고 싶은 옷보다는 어쩐지 행운이 온다는 색깔의 옷을 굳이 고르게 되고, 나와 상극인 별자리나 혈액형의 사람을 피하게 되고, 또 그런 사람의 혈액형은 꼭 물어보며 그럴 줄 알았다며, 선입견의 테두리에 그 사람을 구겨 집어넣기도 하고 말이다.
가장 합당한 결정은…
사실 모든 이들이 다 알지만 외면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고 합당한 결정이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건 대개 본인 자신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게 하고 괜히 점집을 들락거리게 하며 운세나 꿈 풀이에 집착하게 하는 결정은, 이미 스스로가 잘못된 결정이란 걸 안다는 것이다. 맘 속 깊이 이미 알고 있지만, 그 결정을 돌이키고 싶어서, 혹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서, 그러한 것들의 의견에 자신의 결정을 내맡기는 것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내리게 된 선택이니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악순환이 찾아온다. 꿈 풀이에, 운세에, 별자리에 의견을 구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자신의 결정을 되묻고 휘둘리는 악순환 말이다.
물론 지금도 난 어떤 결정 앞에선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 그것이 꽤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의 부족한 경험이나 지혜로는 도저히 알 수 없을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하기도 한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선 뒤에야 이런 저런 조언을 누구에게 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만일 이러한 조언을 그때 들었다면 나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적합한 의견을 들을 만한 사람을 찾아내고, 들었던 조언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것 역시 결국은 본인 스스로가 선택하는 일이다. 역시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 스스로 좋은 결정을 내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배지영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오란씨’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오란씨’(민음사)와 장편소설 ‘링컨타운카 베이비’(뿔)가 있다.

* 그동안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상잠언’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해당 코너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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