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야구장에 갔다. 시원스레 날아가던 2루타 공을 바라보던 그의 마음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이제부터 소설을 쓰자.’
심사숙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설득이나 권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책 읽고 음악 듣는 걸 즐기던 한 재즈카페 주인은, ‘어느 날 갑자기’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실행했다. 이후 그는 지금껏 소설을 쓰고 있다. 

나의 선택이 아닌 그 분의 선택

사람의 생각이나 인생이 전적으로 바뀌는 순간은 대개 오랜 고민으로 완성된다. 목표를 정하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계획을 통해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것도 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을 두고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교회를 다니고 예수님을 믿게 된 것도, 바로 그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난 교회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적극적인 전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깊은 심사숙고가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었다. 불현듯 떠올랐고 견딜 수 없는 간절함이 생겨났다.
당시 교회에 다니던 주변 친구들 세 명에게 나의 결심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교회에서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내가 자신의 교회에 다니는 것이 어쩐지 꺼려지는 모양이었다. 또 다른 한 친구의 교회는 교통편이 불편하고 거리가 멀었다. 결국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이자 집과도 가까운 곳에 있던 교회에 다니게 됐다.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모든 과정이 참으로 기적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것이 마법처럼 이루어진 일은 아니란 것도 안다. 거기엔 누군가의 절실한 기도가 있었을 것이다. 나의 선택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선택일 것이다.

메마른 일상의 우물을 발견하다

하지만 경험하는 당사자에겐 그것은 그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마치 사랑처럼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너와 사랑에 빠진다. 원인에 대해 세밀하게 파고들자면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곤란하다. 왜 그 이전엔 충분한 여지와 상황이 완벽했음에도 사랑이 완성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신중하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우리 인생엔 어느 날 갑자기 마음먹게 되고 이루어지는 것들이 생겨나고야 만다.
그것은 충동적인 결정과는 질적으로 달라서 대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게 마련이다. 또 그것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도록 만든다. 그러기에 자주 생겨나는 일은 아닌 것이다. 굉장한 기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는 인생에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더욱 경외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삭막한 사막과 같던 내 삶에 우물을 발견하게 되고, 어둡고 거칠던 삶에 고요한 안식처를 발견하게 되는 날을 맞이하게 된 당신.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날 일들로 변화될 당신의 인생을 흥미롭고 즐겁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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