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에 예민한 편이라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니 집에서 일을 할 때면 문을 닫아 놓으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많은 경우, 방문을 열어둔다.그러면 함께 대화하거나 오가는 아이들을 수시로 만나게 된다. 어젯밤에는 할 일을 잠시 제쳐놓고 아이들과 젠가로 탑을 쌓아 올렸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시간들.어릴 때,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참 동안 성경을 읽어준 기억이 있다. 어른 성경이라 말이 어려울 것 같아서 품에 안겨 있는 아이에게 물었더니 성경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아빠 품이 좋았단다.이제 아이들이 꽤 많이 자랐다.
‘분주함과 빈 공간’, 오랫동안 묵상하던 키워드 중 하나다. 일중독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던 중에도 이 키워드를 잊지 않으려 했다.이유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묻고 세상에 당신의 빛이 비치기를 기도하지만 정작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이루려 할 때는 교집합을 이룰 만한 시간과 장소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보통 현대인의 일상은 빈 공간 없이 빼곡하고 분주하기 마련이다. 투잡, 쓰리잡은 당연시 되었고, 빈틈없는 일상에서 추가로 일을 하려면 줄일 것이 잠뿐이라는 슬픈 현실을 마주한다.얼마 전, 목사님이 요즘의 교회들이 왜 성
내가 만난 풍경마다 마음에 부채가 쌓인다. 그래서 내가 만난 풍경을 생각하며 도움을 주려 한다. 황폐한 풍경에 불을 밝히고 손 내밀어 서로 손잡는 풍경은 얼마나 따뜻한가.그러나 “내가 좋은 일을 할 테니 내 물건을 사주세요.” 이런 어조는 좋아하지 않는다. 타인에게는 각자 그 사람의 사정과 주변(도울 사람, 살필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내 관심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많은 이의 관심사가 될 필요도 없다. 각자에게는 그들만의 풍경이 있다.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는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하던 일을 그만두면인생이 망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그래서 잠을 뒤척이며 고민했던 시절이 있다.그런데 망하지 않았다.다만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갈 뿐이었다.절대반지가 내 손을 떠나면큰일 날 것 같았는데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그러면 평생 반복될 것 같던 일상이한순간 과거가 되어버린다.그뿐이다.망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뿐. 이요셉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얼마 전 부모학교에서 강의를 하다가 수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중세 때 영국 성인 남성 평균 수명은 32세가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는 출산 등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남성의 절반에 불과했다고.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또한 원하는 것들은 값을 치른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재화뿐 아니라 인간의 경험이나 감정, 지식, 심지어 수명까지도. 이런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녀를 키워야 할까.몇 년 전, 딸 친구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고급 명품 백을 선물 받았다. 이렇게 고가의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요?’오랫동안 질문한 것들이 있다. 믿음, 용기, 사랑, 상상력…. 그중 하나가 두려움이었다. 내가 두려움이 많았기에 오랫동안 질문했다.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불확실한 미래, 관계, 책임지지 못할 것 같은 무능력, 불안 등이 순간마다 나를 두렵게 만든다.두려움 앞에 섰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까? 불확실함 앞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할까?두려움은 두려움보다 큰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진짜 두려워할 대상을 찾
할 일을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책임지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자꾸만 조바심이 납니다.만에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왜 책임지지 못할 일을 수락했느냐고 욕을 먹거나 신용 없는 사람이 되겠지요.하지만, 난처하고 부끄럽겠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내가 걸을 수 있는 걸음을 매일 걷는 것이 내가 할 일이지, 인생이 망할까 봐 염려하지 않으려 합니다.그때를 자주 떠올립니다.20여 년 전, 신림동 근처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나는 아무것도 아닌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까요?’내가 쓴 책 때문인지 이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래,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까?‘용기 있는 사람을 만나세요.’‘바다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세요.’나는 우리 인생에 이렇게 정답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이승우의 소설 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한 사람의 면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더군다나 자신조차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그래서 상대에게 좋은 점 하나만 있어도 그 사람을 만날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사
“매일 글을 어떻게 쓰시는 거예요?”종종 받는 질문입니다. 답은 때마다 달라집니다. 글을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나 마음이나 과정으로 답하기도 합니다.매일 글을 쓰거나 나누게 된 시작으로 말하면 이십 년 전 생일입니다. 생일에 하나님께 선물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제게 필요한 것을 생일 선물로 주세요.’그리고 그 기도에 대한 답으로 ‘삶을 나누고, 일상을 기록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대단하거나 위대한 글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을 기록해 나갈 것.저는 이 마음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
이스라엘을 여행하던 중에 선물 같은 풍경을 만났다. 유리알같이 하늘을 품고 있는, 맑은 호수. 그곳이 갈릴리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거기서 예수님이 물으셨다. 당신을 부인하고 배신해서 떠나간 이에게 자신을 사랑하는지를.‘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더 이상 이 찬양을 부를 수 없을 것 같아서 엉엉 울었던 날이 있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노래를 꾹꾹 눌러서 소리로 내보내지 않았다.나는 그럴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 내게, 주님은 이렇게 묻지 않으셨다.가진 것은 좀 되는지, 사람들에게 덕망이 있는지, 목소리는
느슨한 성경에 비해 현실에서 울리는 비트는 빠르게 하루를 쪼갠다. 합리적이고 실용을 따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더 계산적이지 않으면 추월당할 것 같은 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대 근동 지방의 중동에서 나그네를 대접하는 방식은 지금도 꽤 호의적이다. 가축을 기르는 아이에게 나도 차를 얻어 마신 경험이 있다. 나그네를 향한 환대가 고마웠다.그러나, 아무리 극진하다고 한들 아브라함만큼은 아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이 맞아들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묻지도 않고 그들을 향해 ‘주’라고 부르며 엎드렸고, 아내인 사라에게 떡을 만들도
꽃이 피거나 단풍에 색이 들어도 그 자체로는 큰 감흥이 없는 편이다. 눈이 색약이라 볼 수 없는 색들이 있다. 볼 수 없는 색들은 내 마음에 상처를 낸다.내게는 감춰진 색과 색들 사이에서 느끼는 푼크툼(punctum, 사진작품을 감상할 때 관객이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 있다. 그런 우연적 요소들이 사진 속에 잔재되어 있다.아무 내용 없어 보이는 사진이 도리어 내게 좋은 사진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사진을 가르치다 보면 그들의 사진이 내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내용이 있는 사진을 찍는다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새로운 일을 맡는다고 새로운 기대감이 생기지는 않습니다.새로운 역할이 생긴다 해도 활력이 생겨서 전에 없던 에너지를 끌어 모아서 일하는 편은 아닙니다.그러나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자리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으로 반응하고 순종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기대감이 필요하다면 기대감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웅성거림과 아픔과 신음을 들을 때마다 매번 고민하게 됩니다. 나는 어디까지 걷게 될까?피로한 세상 속에 그냥 조용하게 살아가기를 꿈꿀 때가 많습니다.방문에 이런 문장을 적어 두었습니다.‘사람들과 만나
멈추거나 쉬어야 할 때를 몸이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피곤하면 입술 주변에 포진이 생기는데, 이번에는 코와 입술 주변으로 시작되었습니다.그래서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내일을 당겨쓰기 위해 오늘을 달렸던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오늘의 시간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멈추거나 쉰다는 것은 경쟁에서 뒤처진다거나 게으름이 연상됩니다.“해 지는 모습을 본 적이 까마득해요.” 언젠가 선교사 자녀들을 인터뷰하는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선교지에서는 해 지는 모습을
기도에 대한 글을 쓰다가, 방문으로 눈을 돌렸더니 그림 한 점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앞에 둔 그림 속 아이를 바라보다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림에 대한 생각에 빠졌습니다.말로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내게 ‘글’은 고마운 도구였으며, ‘사진’은 새로운 언어였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출력된 사진이 평면이라면 그림은 보다 무게감이 느껴지고 질감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재료와 과정으로 캔버스 위에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빈 캔버스 안에서 성경의 역사
오래전부터 누군가 내게 기도 제목을 물으면,당장 급한 몇 개의 제목을 떠올리다가도 늘 이렇게 답하게 됩니다.“성령님으로 내 마음에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 부어지기를 기도해 주세요.”걱정이나 염려가 없어서 느긋해 보이거나 폼 나 보이는 기도를 부탁하는 게 아닙니다.나를 알아갈수록나는 못 믿을 사람이라는 것을내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하나님을 생각하지 않고도뜨겁게 기도할 수 있으며,하나님과 관계없이감동적인 예배를 드릴 수 있습니다.하나님과 관계없이 사역을 하거나대단하고 의로운 일을 할 수 있습니다.심지어 하나님과 상관없다는 것을나 스스
‘저 사람들처럼 나는 왜 위대한 인생을 살지 못할까.’일상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뉴스나 방송으로 접했던 대단한 성취나 위대함을 이제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서 우리 인생은 상대적으로 남루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그러나 대단하거나 위대한 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자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 일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면 그는 의미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이벤트나 쇼를 연출하는 피디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우리 인생이 아무것도 아닌
잘 산다는 게대단한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면 잘 산다는 평가가사람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치열한 다툼 끝에방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평범한 일상이나심지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시간과 공간 속에서도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래서 예수님,이 손을 꼭 잡아주세요. 이요셉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가끔씩 급한 상황을 만나게 되면,주변에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면,급하게 꺼내 쓸 수 있는비밀금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영화에 간혹 나오는 장면처럼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다가안경을 벗고 옷을 갈아입으면슈퍼 히어로가 되어서 상황을 역전시킨다든지,재벌의 후계자인데 신분을 감추고 살아가다가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거나.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다가결국 믿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내가 믿는 믿음은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믿음입니다.그러나 동시에 역전되지 않는 상황에서도웃을 수 있는 믿음입니다.내가 믿는 믿음의 대
그래요. 이제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깨닫게 돼요.코로나가 심각할 때 감염위험 때문에 바깥출입을 조심할 때도 누군가의 수고로 거리는 정비되었고, 덕분에 거리를 오갔으며, 불편 없이 살아갔습니다.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던 시간은 보이지 않았던 수고, 누군가의 헌신과 책임으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되면서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 것들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 생각이 가슴으로 내려오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눈에 눈물이 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