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거나 쉬어야 할 때를 몸이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피곤하면 입술 주변에 포진이 생기는데, 이번에는 코와 입술 주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내일을 당겨쓰기 위해 오늘을 달렸던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오늘의 시간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멈추거나 쉰다는 것은 경쟁에서 뒤처진다거나 게으름이 연상됩니다.

“해 지는 모습을 본 적이 까마득해요.” 언젠가 선교사 자녀들을 인터뷰하는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선교지에서는 해 지는 모습을 자주 보다가 한국에 들어온 순간부터 해 지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는 출연자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일하시고 일하시고 또 일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도 일하시고 쉬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멈추거나 쉬어야 할 때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는 안도합니다.

한계를 가진 피조물. 내일을 당겨쓰지 않고 오늘의 시간을 살겠습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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