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함과 빈 공간’, 오랫동안 묵상하던 키워드 중 하나다. 일중독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던 중에도 이 키워드를 잊지 않으려 했다.

이유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묻고 세상에 당신의 빛이 비치기를 기도하지만 정작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이루려 할 때는 교집합을 이룰 만한 시간과 장소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보통 현대인의 일상은 빈 공간 없이 빼곡하고 분주하기 마련이다. 투잡, 쓰리잡은 당연시 되었고, 빈틈없는 일상에서 추가로 일을 하려면 줄일 것이 잠뿐이라는 슬픈 현실을 마주한다.

얼마 전, 목사님이 요즘의 교회들이 왜 성령을 잃어버렸는지를 기독교 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말을 빌려 말씀하셨다.

“초대 교회에서 있었던 놀라운 사건이 지금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나태함이고, 또 하나는 분주함입니다. … 최고의 시설과 최고의 훈련 프로그램을 잘 가동하고, 최신의 검증된 이론을 잘 적용해서 정신 못 차릴 만큼 모두가 달립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는 일이 중요한 건 아는데 너무 바빠서 예수님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올해는 의식하고 의지를 더해서 일상에 ‘빈 시간’을 만들어 보려 한다. ‘빈 시간’을 만드는 것은 내가 걷는 작은 일상에서 작지만 진심을 담은 순종을 드리고 싶기 때문이며, 당신의 빛이 비치기를 바라는 바람 때문이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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