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에 대한 글을 쓰다가, 방문으로 눈을 돌렸더니 그림 한 점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앞에 둔 그림 속 아이를 바라보다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림에 대한 생각에 빠졌습니다.

말로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내게 ‘글’은 고마운 도구였으며, ‘사진’은 새로운 언어였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출력된 사진이 평면이라면 그림은 보다 무게감이 느껴지고 질감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재료와 과정으로 캔버스 위에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빈 캔버스 안에서 성경의 역사와 해석을 사진이 아닌 그림의 관점으로 어떻게 살필 수 있는지를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흥미로웠으며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작업의 과정과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외국에 나가서까지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작업실을 꾸며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그 시간이 문 앞에 있는 그림을 바라보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셀 수 없을만큼 많습니다. 눈이 색약이라 정확한 색을 찾아낼 수 없어서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린 사람들의 피부색은 온통 초록색이었기에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강력하고 절대적인 이유와 문제가 주님 앞에는 먼지와 같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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