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해 무엇을 원하는지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

어린아이의 꿈은 무얼까. 부모 마음에 들어 웃음으로 칭찬받는 것일까?

그러다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원하는 것을 다 살 수 있는 신용카드 갖는 게 소원’이라 말하기도 한다. 위인전을 많이 읽은 아이라면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르게 살려고 생각하며 성장한다. 다르게 살려는 마음은 귀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커가며 힘든 시간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꿈이 뭐예요?” 묻는 말에, 속 깊은 소원을 지닌 사람은 그것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마음속에 품은 꿈은 ‘지속적인 노력’과 ‘행운(하나님의 뜻)’이 맞아야 하며, 어쩜 너무도 소중하기에 입으로 내놓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한편 하나의 목표를 굳게 바라보는 ‘신념’을 조심하라고 이어령 교수는 말했는데, 그것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거기에 매여 옆을 보지 못하기에 한 말로 들린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도 앞서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바이올린 신동 김민진 이야기

여섯 살, 바이올린에 천재성을 보이며 런던 퍼셀 음악학교를 최연소 나이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김민진은, 대가들의 레슨을 거쳐 ‘야사 하이페츠상’ 등 주요한 상들을 받는다.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루치에로 리치로부터는 최고의 제자라 불리며 레슨비 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로 만나자는 말까지 듣는다. 그러다가 21살에 꿈의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난 민진은, 수억 원의 스트라드(애칭)를 만진 순간 ‘꼭 맞는 유리구두’를 만난 듯 마음이 끌려 아파트를 저당 잡히며 악기를 품에 안는다. 연인 같고 자식같이 자신의 일부가 된 스트라드, 그에 맞는 활을 찾느라 좋은 자동차도 옷도 포기하며 살았지만, 민진은 3백 년 된 악기가 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의 깊이와 영롱함에 빠져 행복한 연주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월드 투어와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그 스트라드를 잃어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일로 민진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몇 년을 지내게 된다.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민진은 완벽한 연주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나, 보여줄 게 없음을 느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자신에겐 쉽지 않음을 깨달으면서 왜 그토록 치우쳐 살았는지 묻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강박과 우울을 직시하고 가족의 시스템을 짚어 보는 가운데 천천히 일어설 힘을 얻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책 <사라짐: 소녀, 바이올린, 현이 없는 삶(Gone:A Girl, a Violin, a Life Unstrung)>이라는 제목으로 기록해 냈다.

그 사이, 도난당한 스트라드는 돌고 돌아 시장에 수백만 달러 매물로 나와 있었다. 지인 작가가 격려하며 말했다. 그 악기를 다시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에 민진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이젠 스트라드 없이 살아갈 거예요.’ 연습과 연주만 하던 신동이 아닌, 새로워진 사람으로 살 거라고 말이다. 그전 같은 연주를 하진 못하겠지만 다른 예술가로 살겠다고 말했다.

꿈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익어가며 성숙해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어릴 적 단순한 꿈이 넓어지기도 하고 세상을 입체적으로 보게 하는 과정은 ‘꿈의 성장’이라 할 수 있을 거다.

꿈이 어떤 직업이라면

언론인, 기자가 되고 싶다면 자라면서 질문해 볼 수 있다.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은지, 자신이 ‘특성화’해 낼 수 있는 소리나 끌어 올릴 수 있는 말이 무언지, 자신에게 슬픔을 나눌 경험이나 여지가 있는지, 실패를 공유할 자리를 지니고 있는지, 글을 쓴다면 남들에게 유익한 글을 쓰려는 마음인지,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는지 마음을 들여다보며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러면서 문장 하나가 좋은 글이 되기 위해 날마다 노력해야 할 거다.

이 시대에도 현모양처가 꿈인 여성이 있다. 복잡해진 가정의 모습들 속에 소중한 기본 가치를 가진 여성들. 이들은 더 적합한 아내의 모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부드러운 엄마의 태도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시야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곱게 나이 드는 것이 소망인 사람이라면 예의와 온화함으로 시간에 충실하고 자족하는 모습을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 유머 한 줄을 더하면서.

또 한 명의 음악가를 얘기하면, 테너 이안 보스트리치는 20대 후반에 성악가가 되기 전까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자였다.

인간의 사유와 감정을 다루는 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그의 미성과 음악적 재능을 살려 뒤늦게 성악가로 발걸음을 떼게 된다.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연주회를 연 날, 그는 지적인 음악가로 인정받으며 독보적인 자리를 갖는 생의 반전을 맞게 된다. 후에 그래미상까지 받은 그는 ‘인문학과 음악으로의 초대’라는 강의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꿈꾸기보다, 살아가며 꿈을 만들어 간 사람의 모습이다.

다른 면으로, 어릴 적 꿈을 이루어 최고의 영화감독이 된 스티븐 스필버그를 본다. 그는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사진)에서 인생을 달리 생각하게 한다. 선물 받은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꿈을 꾸기 시작하는 소년, 그런데 그 렌즈 구석에 잡힌 광경은 순수한 스필버그를 혼란으로 몰아갔다. 그 충격이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길에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질문을 하게 했을지….

엄마의 연극적 성격과 아버지의 외골수 성향 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남은 상처, 유대인으로서 부당하게 겪은 사춘기 시절의 극심한 따돌림과 외로움. 이런 처절한 경험에 답을 하는 과정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남다른 통찰을 주었으리라.

꿈은 젊은이만 꾸나?

청소년기에는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기술 습득과 직업에 대한 꿈을 가진다. 그러다 중년 이후에는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며 감정을 잘 표현하려는 꿈을 가질 수 있다. 야망이나 주목받는 데서 좀 벗어나 ‘겸허한 사람’이 되려는 자세, 사랑과 의미로 봉사의 자세를 꿈꿀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를 특정 짓게 할 것을 깨달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하는 것, 일상 가운데 경이로움을 느끼기와 이 모두를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거나 다정한 대화를 노력하는 것이 꿈이 될 수 있다.

이 외에 아직도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따라서 조용히 살아가면 된다.

솔로몬은 인생을 이렇게 말했다.

*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전도서 3장 12절)

* 내가 다시 해 아래에서 보니 빠른 경주자들이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용사들이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들이라고 음식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명철자들이라고 재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지식인들이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이는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 (전도서 9장 11절)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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