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성 교수의〈하부지 태교일지〉

특집 : 시간여행자로 산다는 것

“인생은 힘껏 달려가 다음 주자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이어달리기의 선수와 같다.”

시간여행을 떠난 이들은 이제 막 시간여행을 시작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자녀라는 이름의 시간여행자, 신입사원, 새로운 교회 교인,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등 수많은 이름의 시간여행자를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며, 어떤 배턴을 넘겨주면 좋을까.

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신약학)이자 노숙인 섬김을 위한 길벗교회를 개척해 명예목사로 섬기고 있는 김희성 교수는 특별한 시간여행자를 만난 이야기를 전해준다.

서른여덟에 결혼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쌍둥이라니! 임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뻤던 김 교수에게 두 생명의 잉태 소식은 그야말로 일대 사건이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데, 두 생명이라니, 벅찬 감동과 감사가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태중에서 시간여행을 시작한 두 손자들을 위해, 외할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이 아이들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며 덕담을 보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고는 가족 카톡방을 통해 이 다짐을 실천했습니다. 그러던 중 ‘여호와께서 태에서부터 나를 부르셨고 내 어머니의 복중에서부터 내 이름을 기억하셨으며’(이사야 49장 1절), ‘내 어머니의 태로부터 나를 택정하시고 그의 은혜로 나를 부르신 이가’(갈라디아서 1장 15절)처럼 태아에게도 말씀을 건네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 말씀으로 태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김 교수는 당장 신구약 성경에서 간단하고 귀한 말씀을 150구절 정도 모았다. 하루에 한 구절씩 그 말씀과 해설, 그 시기의 성장정보를 딸에게 보냈다. 그러면 딸은 복중의 아이들에게 그것을 낭독해주었다. 태어날 때까지 거의 매일을 그렇게 했다.

별 둘아, 안녕. 너희 둘이 밤새 꼼지락거렸다는구나. 이젠 같이 노는 모양이야. 엄마는 너희들이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을 느끼면 더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것 같아. (중략)

너희들이 커가고 점점 무거워지니까 엄마 배가 점점 더 불러온단다. 오늘은 배가 무거워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다고 하는구나. 엄마가 힘들어 하는 것도 잘 기억했다가 엄마께 늘 감사하는 아이들이 되거라.

오늘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사람을 어떤 모양으로 만드셨는지에 관한 말씀을 소개하려고 한다. 하나님께서 자기의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기 127)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만드셨으니 사람은 얼마나 대단하고 존귀한 존재겠니? 그러한 존재답게 너희도 하나님의 품성적인 형상을 회복하고, 아름답고 존귀하고 훌륭하게 살아가야 한단다. 너희들이 그러한 존재가 되어 아름답게 살기를 기대한다. 그럼 오늘도 주 안에서, 엄마 배 안에서 편안히 지내거라. 샬롬- <하부지 태교일지> 중에서

신학자이자 목회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망망한 우주 속에서 이제 곧 시간여행을 떠날 아이들을 ‘별 둘’이라 부르며 축복하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축복하는 마음’이 있어서다. 그 마음을 모아 최근 <하부지 태교일지>란 책으로 묶어낸 것은 그렇기 때문에 자랑이 아니라, 또 어디선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 ‘새로운 별’을 맞게 될 이들에게 나누기 위해서다.

그렇게 2018년 2월 26일 손자 둘 은호, 준호가 태어났다. 얼굴이 다른 이란성 쌍둥이는 이제5살이다. 얼굴만큼 성격도 다른 두 아이는 할아버지의 기도대로 아름답게 자라났다.

“두 아이들이 자라면서 저에게 많은 기쁨을 줍니다. 보면 볼수록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총명함에 놀랄 때가 많아,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태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할아버지의 기도는 어떻게 전달될까.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읽고 그 삶 가운데에서도 다시 그 기도가 드려지고, 또 다른 후손들에게도 전해지지 않을까 김 교수는 기대해본다. 시간여행자로 살아온 시간 동안 정말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들이 진심 그대로 전달되기를.

“너희들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너희들과 함께하시고, 너희들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다. 일평생을 그렇게 살도록 하거라. 그러면 하나님께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인도하실 것이다. 하나님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가장 아름다운 임마누엘의 은총과 축복을 받게 된다. 이를 명심하고 그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가거라. 이 할아버지는 너희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크다. 나의 기쁨, 나의 사랑, 별 둘아, 안녕.”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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