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달라지는 이유지하철역 광고판에는 보통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담겨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정작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표정에 ‘근심’이 어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이러한 경향성이 두드러진다. 간혹 만나게 되는 어린아이는 그곳에서도 크게 울거나 신나게 웃기도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한 아름 책을 가방에 짊어지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이 얼굴에는
저의 꿈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나이를 저절로 먹어 어른이 되기는 했습니다만 ‘좋은’ 어른은 여전히 꿈입니다. 좋은 어른이 되는 건 쉽지 않고,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인지에 대한 생각도 이랬다저랬다 합니다. 그런데 그림책은 이런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그림책에 나오는 어른들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에는 두려움에 떠는 손녀를 끝까지 믿어주고 응원하면서 손녀가 두려움을 이기도록 이끌어주는 지혜로운 할머니가 있습니다. 에는 아이의 마음을 읽
이맘때면 늘 그렇습니다.풀어야 할 큰 산 같은 문제가 참 많습니다.그래서 전전긍긍하지만보통은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내 앞에 산 하나가 무너질 수는 있지만,나를 둘러싼 큰 산이 한 번에우르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만일 내가 질식해서 쓰러진다면산에 깔려서가 아니라두려운 상상력에 압도당해서입니다.이 상황이 영원할 것이라는 속임과존재하지 않는 두려움 대신,오늘 내 앞에 서있는하나의 문제만 대하려 합니다.그렇게 하나 둘 처리하다 보면산과 산 사이에는늘 길이 나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겠지요.이요셉색약의 눈을 가진
다른 세계, 지금의 우리 이야기최근 두 편의 넷플릭스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입니다. 하나는 PC게임 의 세계관을 극화한 미국 애니메이션 이고, 다른 하나는 ·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한국 드라마 입니다. 둘 다 초현실적인 테마를 활용한 시대의 우화인데, 전자가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간접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면, 이번에 다룰 후자, 은 지금 이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보다 직접적인 알레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지옥행 고지언젠가부터 무시무시한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도 외국어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세계화’가 구호처럼 사용되었던 시기였고, 내가 다녔던 회사 대표님은 새로 뽑는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겼다.그런 연유로 복수 국적자나 이중 언어를 하는 이들과 일하다 보니 몇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그들의 한국어 이해도와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그릇을 깨끗이 ‘부셔’ 오라고 하면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 눈만 끔뻑거렸던 일 정도는 우스갯소리 같은 추억이다. 한국인이라면 한국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사용
ⓒ 브라이언 플로카의 , 문학과지성사올해는 아이들 성화에 예년보다 일찍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놓았습니다. 반짝이는 트리와 이에 어울리는 캐롤송을 들으니 연말 느낌이 물씬 납니다. 코로나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누릴 수 없는 현실이 참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그래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멈추지 않은 많은 사람들 덕분이었지요. 오늘 소개할 책을 통해 그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이란 책은 탈 것 그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브라이언 플로카의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
응답 없음에 상처‘기도에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기도 필살기.’최근 발간된 강정훈 목사의 (두란노)를 설명하는 문구이다. ‘기도에 상처를 받았던’이라니. 기도에 힘을 써보지 않은 이들은 어쩌면 잘 모르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절절한 상황 속 기도를 했지만 응답 없음에 지친 이들이 결국 상처를 입고 실망의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것. 그런 이들을 위해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먼저 풀어놓는다.전작인 에서 밝혔던 것처럼 암 투병을 하던 아내를 위해 강 목사는 20일 금식 기도를
나는 자네가 여기 서류를 대조하는 일을 도와줬으면 해.그러면서 서류를 바틀비에게 들이밀었다.그때 바틀비는 말했다.“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사회학자 찰스 링마는 “자유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그렇다. ‘참 자유’란 ‘무엇을 할 수 있는 자유’와 함께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가 동시에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허먼 멜빌이 1853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 는 이런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소설의 부제가 ‘월가의 이야기’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 허브 뉴
노장의 중세 사극대단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할리우드 감독이 한 명 있습니다. 1937년생, 우리 나이로 85세인 바로 리들리 스콧입니다. 요즘 한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 흔히 스콧 옹(翁)이라고 불리는 그는 ······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었고, 80세를 넘겨서도 무려 4편이나 연출했을 정도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먼 미래를 다룬 SF와 오랜 과거를 다룬 사극 장르를 오가며 탁월한 능력을 선보여 왔던 그가 이번에도
Copyright ⓒ 레오 리오니 글 그림, 파랑새손주를 위한 그림책네덜란드 태생 그림책 작가인 레오 리오니(Leo Lionni)는 50세까지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로 예술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사람입니다. 그가 은퇴를 생각하던 때 손주들과 함께 장시간 기차를 타고 가다 지루해하는 그들을 위해 잡지를 뜯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게 됩니다. 이것이 그의 첫 그림책인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일생동안 40여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
브라질에 전한 ‘좋은 소식’30대 젊은이가 선교지 브라질로 떠났는데, 세월이 흘러 훌쩍 40년이 되었다. 브라질 중심도시 상파울루에서 시작하여 브라질 전역으로 사역지를 확장하며 ‘다아스포라’임을 강조하며, 바울처럼 산 강성철 선교사의 선교보고서, 책 이름 (Boas Novas, 한국선교KMQ)는 브라질 말로 ‘좋은 소식’이라는 뜻이다.강성철 선교사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기다리며 마지막 시대 마지막 구간을 달리는 심정으로, 우리 시대 선교사의 경험과 사역 전반을 다음 세대들과 타문화권 개척 선교사들과 공유해야겠다는
대부분 기적을 만나면놀라워하며 손을 들고 환호합니다.말 그대로 기적이기에 말이죠.우리의 상식과 기준이나 경험을 벗어나우리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면우리는 이를 ‘기적’이라 부릅니다.하지만 우리 눈에는 기적일지 몰라도하나님께는 아닙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잠시만 묵상해도당연한 말입니다.종종 우리는 정말 놀라워해야 할 일은‘당연하게’ 생각하곤 합니다.생명이 만들어지고 생명이 자라나는 것,해가 뜨고 해가 지는 모든 순간,우리 심장이 뛰고 사랑하는 모든 순간이것이 진짜 기적입니다.그중에 가장 놀라운 기적은창조주가 피조 세계에 가장 낮고작
“나에게 죄가 있다면가난한 하층민인 제가감히 부유한 사람들의 세계인사교계에 끼어들었다는 것입니다.”19세기 프랑스, 출신 배경이 특출하지 못한 이가 신분상승과 야망을 동시에 이루려면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 그것은 붉은(赤) 제복을 입는 군인이 되거나 검은(黑) 사제복을 입는 수도사가 되는 것이다.소설 은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청년 쥘리엥 소렐이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을 탐구한 성장소설이며, 또한 나폴레옹 몰락 이후 다시 등장한 19세기 프랑스의 왕정복고에 대한 정치소설이기도 하다.가난
, 마리옹 파욜 지음, 이세진 옮김, 북스토리, 2017년 가수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도 소크라테스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정작 소크라테스 자신은 어떠한 저술이나 일기조차 남기지 않았지만, 우리는 플라톤을 비롯한 그의 제자 혹은 지인들이 남긴 저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소크라테스 스스로 글을 쓰지 않은 데에는 그가 글쓰기를 경계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소크라테스가 누구인가? 산파술을 통한 깨달음으로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안다”라는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그러니 자신의 온갖 생각들이 글로 남겨지며 예상하지 못한 무지를 양산하거나 절대 진리로 우상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지 않은 명사들이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도 남기지
최근 두 편의 넷플릭스 드라마가 큰 화제입니다. 군대 탈영병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와 456억 원 상금의 생존 게임을 그린 . 이 중 는 과거 군 복무 중 겪었던 일들을 불편한 기억으로 담아두고 있던 한국 남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은 미국과 일본에서 숱하게 만들어졌던 생존 게임류 영화에 한국적 노스탤지어와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결합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얻어내고 있습니다. 우선 는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역을 맡은 두 명의 사복 헌병이 주인공이지만, 드라마는 그 두 사람에게 크게 주목하지 않습니다. 초반에 그들에게 살짝 관심을 두는 듯하지만, 이내 그들이 쫓는 탈영병에 집중해요. 탈영병은 대개 군
Copyright ⓒ 칼라 쿠스킨, 2007, (주)비룡소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생각이 서로 다를 때가 많습니다. 서로 자기주장만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어보려고 하지 않아 함께 일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혼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배우게 됩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독주곡은 한 사람의 연주자가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지만, 교향곡은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울려 서로를 세워주고 조화를 이룹니다. 그래서 독주곡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성대함과 장엄함이 있습니다. 여기 많은 사람이 그렇게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마음을 맞추어 조화를 이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라는 그림
두려움의 순간, 두렵지 않았을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의 폭망과도 같은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내가 왜 두렵지 않았는지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내 인생의 목표가 자아성취가 아니라, 주님을 더욱 알아가는 것이라면 두려움의 순간은 하나의 과정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려움의 순간은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 그 다음은 과정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만 남게 됩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탈출기를 그린 작품 영화 를 보다 보면,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상황이 오버랩 됩니다. 기존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한국대사관 직원을 비롯해 교민과 한국 정부의 협력사업에 함께했던 현지인들을 국내로 이송했습니다. 군사작전처럼 급박하게 진행되었던 이 탈출 과정은 차후에 아마도 영화적 소재가 되겠지요. 이미 우린 그런 걸 많이 봐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특파원에 협력했던 캄보디아 기자의 탈출기를 그린 라는 영화가 80년대 초반에 나왔죠. 8년 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는 이란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의 탈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타국의 비극적 상황이 미디어나 오락, 혹은 가십의 소재 정도로 소비되는 건 분명 쓸쓸합니다.
전범선 지음, 한겨레출판, 2020년 오래전에 (쓰지 신이치 저)라는 책에서 아래와 같은 일본 에도 시대의 우스갯소리를 읽은 적이 있다. 노인 : 젊음이란 게 뭐겠어, 벌떡 일어나서 얼른 일을 하라구! 젊은이 : 일을 하면 어찌 되나요? 노인 : 일을 하면 돈을 벌게 되잖아! 젊은이 : 돈을 벌면 어찌 되나요? 노인 : 부자가 되지! 젊은이 : 부자가 되면 어찌 되는데요? 노인 : 부자가 되면 놀면서 지낼 수 있지! 젊은이 : 저는 벌써 놀면서 지내는 걸요! 한참이 지났는데도, 나는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할 때마다 위 이야기를 한 번쯤은 떠올린다. 젊은이의 입장으로 보면 예를 들어 행복처럼 삶의 중요한 목표에 도달하는 데는 참으로 여러 방법이 있고, 따라서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접
Copyright ⓒ 윌리엄 스타이그, 2005, (주)비룡소인류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아담과 하와로부터 인류가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림책들은 인간은 우연히 만들어진 존재라고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몇 백 만년의 긴 기간 동안 단세포 동물인 아메바로부터 시작하여 다세포 동물을 거쳐,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하여 이런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림책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보고 듣는 미디어도 그렇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진화론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