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환대를 생각하는 시간되길

일러스트=초록담쟁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연극 <빈 방 있습니까>. 크리스마스 성극 중 여관주인을 맡은 덕구는 지적으로는 조금 부족한 아이. 이제 순서가 되어 만삭인 마리아와 요셉에게 ‘빈 방이 없다’라고 해야 하는데, 아이는 머뭇거린다. 그리고는 매몰찬 답변 대신 “내 방이 있어요, 내 방을 사용하세요!”라고 겨우 소리친다. 나로 꽉 차서 누군가에게 한 뼘의 공간도 나누지도, 열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마음을 두드린다.

누군가를 환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환대받지 못했던 아기 예수를 생각하게 하는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새겨야 할 의미는 무엇일지.

“욕망이 삶의 중심이 되면 우리는 고립을 면하기 어렵다. 부푼 욕망에는 타자를 위한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철학적 거리두기가 아닌 고립은 타자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낯선 이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필요에 응답할 때 자기 속으로 구부러진 마음은 비로소 바루어진다.”

- 김기석 <당신의 친구는 안녕한가> 중에서

한 해를 마감하며 어김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 나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어떻게 열어 누구를 환대할까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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