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행복베이커리 김쌍식 제빵사 이야기

 

특집 : 오, 늘 크리스마스

오늘 살이

“삶의 궁극적인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오늘 살이에 있노라. 너무 내일만 허망(虛望)하다가 오늘을 무료히 보내게 되면 이것은 나지도 않은 용마를 꿈꾸다가 집에 있는 망아지까지 먹이지 않는 것과 같다. 산 것은 사는 때에 살 것이라.”

최남선이 창간한 잡지 <청춘>에 기고한 다석 유영모의 글이다. 제목은 ‘오늘’. 삶의 의미는 오늘을 사는데 있다는 그의 생각이 마음을 울린다. 모두가 앞만 보며 사는 세상이라, 내일 잘 될 것을 꿈꾸며 오늘을 희생하는 삶이라 그렇다.

오늘 살이에 최선을 다하는 행복한 제빵사를 찾아갔다. 경남 남해의 ‘행복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쌍식 님이다. 최근 한 대기업으로부터 ‘의인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고, 한 유명 방송에 출연하여 널리 알려졌다. 기억에 남는 손님에 대해 질문했다.

“손님들은 항상 기억에 다 남죠. 요즘 방송에 몇 번 출연을 해서 그런지, 남해를 처음 찾는 분들이 행복베이커리에 많이 방문하고 있어요.”

모든 사람을 기억한다는 말에 질문이 부끄러워졌다. 그는 어떻게 의인상을 받게 되었을까? 지난 18년간 여러 복지시설에 연 2,000만원 상당의 빵을 기증했고, 최근에는 등굣길 아이들에게 무료로 빵과 음료수를 주고 있다. 가진 것이 많아서 할 수 있던 일일까? 여전히 작은 빵집은 월세이고, 자기 명의로 된 집도 없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선행을 이어가는 그의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사람, 행복베이커리 김쌍식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동네 아빠

2019년에 빵집을 학교 근처로 옮기면서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다. 등교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아침으로 빵을 주는 일이다. 가세가 기울어 배고팠던 학창시절을 돌아보며 품은 꿈이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경험은 오늘을 사는 어려운 이웃들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되었다. 바로 ‘배고픈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눈이다.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아침밥 먹었니? 안 먹었다고 하면 왜 안 먹었는지 또 물어보죠.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친해집니다. 그러다가 자기 힘든 이야기도 하고, 가정사도 알게 되고 하는 거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수십 명의 학생들이 빵집 앞을 지나갔다. 김쌍식 씨는 한 사람도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 “어이~ 아들, 딸! 빵 먹어, 요구르트도 가져가~.” 동네 아이들이 전부 아들, 딸이다. 또한 근래 들어 이토록 인사성이 밝은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이 빵집 주인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사정까지도 훤히 꿰고 있다. 축구 대회 나가는 아이들, 부산으로 시험 치르러 가는 여학생 일정도 챙기고, 무단횡단 하는 개구쟁이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동네 아빠가 따로 없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더 어려운 아이들에 닿는다.

“어려운 아이들 보면 아무래도 눈이 한 번 더 가죠. 그러면 빵이라도 하나 더 주고, 챙겨주고 하게 돼요. 처음에는 애들이 뻘쭘해 하고, 서먹서먹해하다가도 친근하게 다가가면 마음을 열어요. 인사도 잘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다 해줍니다.”

오! 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는 어느덧 상담사가 되었다. 엄마에게 혼나고 온 아이의 마음, 아빠를 여읜 뒤 엄마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의 속 이야기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귀담아 들어주는 그에게 동네 아이들은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때로는 위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아주기도 하는 아빠 같은 존재가 된 거다. 그런 그가 겸손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제 이야기보다 세상에는 따뜻한 소식이 훨씬 더 많아요. 언론에서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보도되고, 그런 것들이 인기가 있어서 문제지요. 아름다운 사연이 더 많이 전해지면 좋겠어요. 제 사연이 소개되고 나서 찾아오는 손님 중에 ‘나도 뭔가 해봐야 겠다’는 말씀을 하실 때 큰 보람을 느껴요.”

그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출근해서 빵을 굽는다. 그리고 일곱 시가 좀 넘으면 등굣길 학생들을 위해 어김없이 빵과 음료수를 내놓는다. 그 장면을 보고자 새벽같이 남해에 내려갔다. 짧은 만남이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오! 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의 삶이 늘~ 오늘 같기를 기원한다. 오! 늘~ 행복한 삶의 이야기들을 빚어가는 행복베이커리 김쌍식 님을 응원하며 또 다른 김쌍식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본다.

남해=민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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