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유기농 농사

유기농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요즘처럼 먹거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경제성장이라는 표어 아래, 후손들이 맞이할 미래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급했기에 자신과 가족이 먹을 음식에도 어쩔 수 없이 농약을 뿌리는 농부에게 어느 누구도 쉬이 손가락질 하지 못했다.
친환경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자본주의 시스템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우리의 농촌을, 더불어 우리의 식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모여 곳곳에 협동조합 형태의 운동이 일어났다. ‘한살림’은 그 중 한 예다. 그러나 ‘한살림’의 최대 생산지인 송악면도 처음부터 친환경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유기농 농사, 꿈이 현실로

송악면에 친환경 농사 바람이 분 데에는 한 교회의 힘이 컸다. 송악면에 세워진지도 벌써 50여년이 흐른 송악교회(이종명 목사)다. 이 목사는 신학생 시절부터 농촌목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 아산의 한 교회 전도사로 있으면서 유기농으로 짓는 농사를 직접 보아왔다.
“송악교회에 부임하고 3~4년이 지났을 때예요. 교회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마을의 분위기를 익히면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자고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신학생 시절부터 계속 농촌에 관심을 갖고 사역하면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걸 보아 왔던터라 송악면이라면 충분히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죠.”
처음 교인들 반응은 냉담했다. 농부가 아닌 목회자가 농사일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꿈같은 얘기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초제없이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돈도 많이 들고 일손도 많이 필요했다. 물론 유기농 농산물은 일반 제초제로 키운 농산물보다 비싸게 팔 수 있지만 아직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던 터라 판로가 불안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직접 현장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교인들과 함께 홍천과 벌교 등지를 다니며 오리 농법, 우렁이 농법 등 다양한 농사 현장을 다니고, 유기농법에 관련된 강연회도 열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막 시작되던 협동조합 ‘한살림’과 연계해 판로도 안정되니, 점차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 늘어갔다. 송악면은 현재 약 6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그 중 약 200여 가구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한살림’이라는 안정된 판로가 있는 송악면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농부에겐 하루 하루가 도전이고 믿음의 실천이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천재지변으로 일 년 농사를 그르칠 수 있고, 설사 풍년이라해도 찾는 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게 농사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부는 믿음이 필요한 직업이다. “유기농은 신앙입니다. 하나님 앞에 짓는 것이라는 생각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일은 끊임없이 자신의 양심을 되돌아 보아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 몇 년 동안 보이지 않던 제비가 다시 돌아왔다. 사진은 한 교인의 집 처마에 둥지를 튼 제비모습.

제비가 돌아왔다!

가족들과 산에 올랐던 날이었다. 산 곳곳에 핀 다양한 야생화를 보며 아이들이 무슨 꽃이냐고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진달래다. 참꽃이다…”하며 대답해주었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오를수록 이름 모를 처음 본 꽃들이 계속 나왔다. 나중에는 아이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그저 “노란 꽃, 보라 꽃”이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때부터 이 목사는 꽃을 제대로 알아야겠다 마음먹고 식물도감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꽃은 혼자 힘으로 절대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을…. 나비가 날아들고, 벌이 와서 꽃가루를 묻혀주지 않으면 수분을 할 수 없다. 꽃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히 꽃과 관련된 곤충과 새 등 자연 생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이 목사는 해마다 봄이면 찾아오는 제비가 몇 년 새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인은 다름 아닌 제초제였다. 논에 제초제를 하도 뿌리니 곤충들이 다 죽어 논에 새들의 먹이가 없기도 했거니와, 농약에 감염되어 죽기도 다반사였다. 제비가 둥지를 만드는 흙이 바로 점성이 좋은 논의 흙인데 부리로 옮기며 농약에 감염된 것이었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몇 해가 흐른 어느 봄이었다. 하루는 교회의 한 집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사님, 제비가 왔어요! 저희 가게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어요!”
제비가 다시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정말로 몇 년동안 보이지 않던 제비가 그 집 처마에 둥지를 튼 것이었다. 떠났던 새들이 다시 찾아오고, 황량하던 논과 밭에 새와 나비, 벌들이 날아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을의 풍경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었다.


박정은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