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질서를 보존합시다” 환경·소비 캠페인 ⑪ 되살림작업장

▲ 녹색가게에서조차 버려지는 물건들을 재활용해 카드지갑, 실내화, 휴대폰악세서리 등을 만들었다.

우산이 망가지면 고쳐 써야겠단 생각보단, 버리고 새 우산을 산다. 그게 더 빠르고 간편하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산을 고쳐 써야겠단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자 역시 그랬다.
중국산이 많아지면서 우산은 값싸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2~3천원이면 새 우산을 살 수 있기에 우산을 고쳐 쓴다는 건 참 어리석어 보이기도 했다. 고쳐 쓰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딱히 어디로 가서 수리를 맡겨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망가져버린 우산은 분리수거 품목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곧장 쓰레기봉투행이다.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우산일 때는 왠지 억울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버려진 우산들 뿐 아니라, 녹색가게에서조차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되살림작업장’으로 가져왔다.

녹색가게에서 서울시 우수 사업까지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주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자면 녹색가게가 생긴 계기가 먼저다.  교회에서 연 지역주민들을 위한 바자회가 호응을 얻으면서 상설 재활용매장의 필요를 느꼈다.  그렇게 만든 녹색가게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있었다.  녹색가게의 자원봉사자들과 회원들, 그리고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은 충분히 더 쓸 수 있는 상태에도 불구, 주인으로부터 버려지는 물건들이 안타깝고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유행이 지난 청바지나, 스커트 같은 의류 등이 그랬다. 멀쩡하지만 소위 ‘트렌드’에서 밀려나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그것들을 다시 되살려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되살림 작업장’이다.
버려진 우산들을 수거해, 우산살과 천을 분리하고, 손잡이는 따로 분리수거한다. 거기서 나온 천으로 앞치마를 만들고, 장바구니를 만들었다. 유행 지난 청바지나 스커트는 천을 분리해 필통, 휴대폰악세서리, 실내화, 방석 등 새로운 상품으로 거듭났다.
그렇게 만든 앞치마와 토시 350개를 금천구 관내의 정부지원시설어린이집 17곳에 무상으로 배포했다. 교회의 이런 사역은 2005년 ‘앗! 버려진 우산이 앞치마로’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시정공모사업에 우수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후, 교회 근처의 오남중학교 환경동아리와 연계해 1년 동안 되살림학교를 운영했다.
2011년, 금청구청은 교회의 되살림 작업을 구청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여, 그 해 한 해동안 사업장도 운영했다.

 

환경운동은 ‘나부터’가 중요해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작은 마음들은 많은 열매로 바뀌었다. 금천구에서 새터교회가 처음 시작한 녹색가게는 현재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가 서울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금청구청점과 독산3동점을 운영하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 환경사업에 앞장서서 일해 온 남미영 집사는 말했다. “환경을 살리는 건 큰 운동보다 우선 ‘나부터’가 제일 중요해요. 말은 쉽지만 사실 진짜 어려운 것들이니까요. 저 역시도 설거지를 할 때,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나부터’라….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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