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목민강좌

지난 2월 23일 숭실대학교에서 일곱 번째 목민강좌가 열렸다. 이 날 강사로 초청된 서경식 교수는 ‘경계에서 춤추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문화속에 자란 그의 눈에 비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재일조선인은 일본인도, 한국인도 보지 못한 그 경계의 슬픔을 발견한 듯 보였다. 그의 시각에 비친 그 현장을 함께 되짚어보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재일조선인

“제가 말하는 ‘후쿠시마’는 일본 국내의 후쿠시마현이라는 한 지역을 가리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난해 3월 11일에 일어난 일본 대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이어진 원전사고와 관련해서 계속되는 일련의 사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사고가 언제나 ‘일본’이라는 국가적인 차원의 재해로서만 다루어지고 한국 등 외국에서도 ‘일본’의 원전 사업의 좌절이라는 시각에서만 다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서 교수는 말했다.

지난 2011년 8월 14일 서 교수는 일본 NHK의 ‘마음의 시대 후쿠시마를 걸어서’라는 방송을 위해 6월 중순 후쿠시마원전 주변을 방문했다. 실제 방문한 그곳은 일본에서도 소외된 지역이었다. 이것은 비단 원전이 터지기 전의 일이다. 원자력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이미 위험지역이었던 그곳엔 일본 현지인보다는 재외조선인들이 더 많았다. 재외조선인과 많은 아시아의 이민자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일본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갈 곳 없는 후쿠시마의 어린이들은 방사능의 위험 속에 가족들과 떨어져 학교생활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처참한 현장과 그 현장에서 삶을 꾸려가는 이들을 만난 서 교수의 심정은 착잡했으리라.

서 교수는 원전사태, 지진, 쓰나미를 일본의 재도약의 구실로 삼는 일본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지진과 원전사고 후에 ‘국난’, ‘부흥’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패전 후 일본은 기적적인 부흥을 이뤄냈다. 그 기적안에는 쓰러져가는 국가를 다시 세울 어떤 응집력, 하나됨이 필요했을 터. 그 하나됨을 만들려면 무언가 적대적인 대상이 필요했다. ‘우리’라는 단어와 대조할 만한 것. 그 대상은 자연스레 일본에 사는 이방인이었다. 그들이라면 자국민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존재로서의 근거가 충분했다. 패전 전의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전후 부흥은 아시아 민주이나 일본 내의 마이너리티의 피와 눈물위에 구축됐다.

서 교수는 말했다. 일본의 주된 역사, 익히 알고 전해 내려온 역사 외에도 그 중심에 있지 못한 경계의 사람들, 소수자들의 역사에 일본은 관심을 갖고 성찰해야 한다고.

피해자는 일본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은 전 세계의 환경에 큰 위험을 안긴 원전국가 중 하나인 또 다른 가해자인 것이다. 진정한 피해자는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본의 재외조선인, 자신의 국가를 떠나 이방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이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피해자 일본의 역사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역사인 것이다.

박정은기자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문화 속에 혼란기를 보냈던 서 교수는 이중의 분열을 평생토록 경험해야 했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북한과 남한이라는 이중의 분열의 삶은 오히려 그에게 경계인으로서의 시각을 뜨게 해주었다. 남달랐던 그의 삶은 인권과 마이너리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서 교수는 현재 일본 도쿄경제대학에서 이 주제를 가지고 강의하고 있으며 후쿠시마원전사태과 관련한 강연 일정으로 잠시 한국에 내국했다. 그는 2월 25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리는 ‘핵없는 세상을 위한 시민회의’에서 강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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