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우리들을 위한 중보

 

지금까지 들리는 프로축구 선수들의 승부조작 연루 사건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일부 시민구단들, 그러니까 재정 지원이 빈약한 구단들에 소속된 선수들이 도박단, 또는 도박단과 관계를 가진 조직폭력배들, 또는 과거 프로축구선수 출신의 선배들과 짜고 승부를 조작함으로써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졌으나 쉬쉬 하였을 뿐 밖으로 꺼내어 썩은 부분을 도려낼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승부조작 강요를 받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숨진 한 골키퍼의 죽음과 더불어 밖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터진 둑은 봇물을 이뤘습니다.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강요했던, 은퇴한 어느 선배는 선수들이 경찰서에서 선배의 이름을 숨겨주느라 힘들어 하자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했습니다. 한 구단에서는 선수들이 여럿 경찰에 소환되는 바람에 제대로 경기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팬들에게는 사과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기회에 승부조작에 대한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이지만 이러다가 또 힘센 누군가의 목소리가 작용하여 흐지부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일들이 하도 자주 일어나서 이제는 아무도 경찰이나 검찰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면 그저 하염없이 슬퍼집니다. K리그엔 수천 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K리그에서도 선수들 간에, 구단들 간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프로선수들이니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연봉이 1000만 원밖에 안 되는 선수들이 주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엔 알지 못했습니다. 한 경기에 1000만 원을 벌어들이는 선수가 있는 마당에 연봉이 1000만 원이라니요. 물론 큰돈을 연봉으로 받는 선수들도 개입이 되었지만 대부분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은 낮은 연봉을 받는 시민구단의 무명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한 건 당 많게는 1억 원까지 제시 받았다니 그들의 마음이 흔들린 걸 어떻게 탓만 할 수 있을까요.

돈으로 능력이 결정되는 프로의 세계이니 어쩔 수 없지요. 그런데 그렇게 ‘어쩔 수 없다’고 너무 자연스럽게 치부해버리는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축구계에는 여느 스포츠종목 선수들보다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예전엔 기독교인들로만 구성된 구단도 있었는데, 그런데도 이 모든 ‘차별’은 그저 ‘당연’할 뿐인지…. 그들에게만 돌을 던져도 될까요? 우리는….

하기야 이런 차별이 어디 프로축구계 뿐일까요? 우리 사회의 대부분이 그렇게 격차를 벌이고 그 격차를 줄여야 할 사람들조차 제 본분을 잊어버린 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억누르는 말만 퍼붓고 있는 걸요. 이런 빈익빈부익부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두려울 뿐입니다.

주님, 슬픈 우리들을 돌아보아 주십시오. 탐욕이 탐욕을 부르고 사람다움조차 버리게 만드는 세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주를 망각해버리는 죄를 범할까 두렵습니다. 이 비극의 바닥을 치유해 주소서. 우리에겐 살아계신 주님의 개입이 그저 갈급할 뿐입니다. 도와주소서.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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