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우리들을 위한 중보

여기, 한 통의 기도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저는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한 제주의 강정마을입니다. 천연기념물과 함께 지내는 문화재보호구역이기도 합니다. 최근 사랑을 받았던 제주 올레길의 7코스라고 하면 기억나시는 분들이 많겠네요.

요즘 저는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제 몸을 해치면서까지, 기지를 건설하려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태평양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대양해군의 전초기지를 세우고, 남부 바다의 뱃길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네요.

왜 하필 저인가요? 특별법으로 제 몸을 지켜주기로 약속해주셨잖아요. 절대보전지역이라는 약속을 깨고, 제 몸을 도려내고, 후벼 파, 그 자리에 해군 기지를 짓는다고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2007년 4월 26일 우리 주민 1,900명 중 겨우 80명을 모아놓고 만장일치 박수로 저의 사형선고를 내리는 현장을요. 저의 목숨과 맞바꿔 그들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이었을까요?

최근 저를 지켜주기 위해 많은 분들이 몸을 던지고 계십니다. 저뿐이겠습니까? 저와 함께 사는 천연기념물 원앙새, 은어 떼, 붉은발말똥게, 이름도 주어지지 않은 수많은 생명들을 지키기 위함이겠죠. 그분들 덕분에 힘이 나지만, 교감할 길 없는 쇳덩이들의 침범 앞에 제 몸은 점점 지쳐만 갑니다.

법원 판결이 충격적입니다. 주민들이 강정마을을 파헤치지 말아 달라고 행정소송을 내자, 1심과 항소심에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파헤치는 게 잘 하는 건지 잘 못하는 건지 따지기 전에, 그 바다가 마을 주민들 소유인가? 마을 주민들은 소송을 할 자격이 없다”고 말입니다. 말 못하는 강정마을이 직접 나서야 할 판입니다.

이래저래 슬픈 강정마을입니다. 그와 그의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하나님의 땅이 생명을 죽이는 죄악으로 뒤덮이지 않도록 애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말 못하는 그들을 대신하여 자기 몸을 던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수고로움을 위로하여 주시고, 하나님께서 직접 빚은 이 세계가 창조와 생명과 평화를 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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