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의 프로폴리스 이야기(2)


꿀벌이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20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자연에서 살아가면서 꿀벌은 생명력을 유지하는 법을 깨달아왔다. 우리 조상들은 그러한 꿀벌과 공존하면서 꿀벌로부터 많은 혜택을 얻으며 살아왔다.

약 7000년 전의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인간이 꿀을 채집하는 그림이 등장한다. 피라미드에 안치되어 있는 미이라가 오늘날까지 보존되는 것도 프로폴리스를 방부제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프로폴리스가 처음으로 과학의 빛을 받게 된 것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생물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년)에 의해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꿀벌의 생태에도 조예가 깊어, 프로폴리스의 약효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꿀벌들은 모든 종류의 꽃의 즙이나 점액을 내는 수목에서 나오는 수액을 모아 벌집을 만든다. 다른 생물이 벌집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벌집 속에 이것을 칠하고 벌집의 입구가 넓으면 이것으로 좁게 한다. 이 물질은 새까맣고 자극적인 냄새가 있으며 타박상이나 곪은 피부병에도 잘 듣는다.”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당시에 이미 프로폴리스가 의약품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그리스의 의사 디오쿠리데스(AD40~90년)는 지중해 주변에서 사용되었던 약 600가지 생약을 모아 생약의 성서로 유럽에서 잘 알려진 <약물지>라는 책을 집대성했는데, 그 중에 프로폴리스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가시 등 체내에 들어간 것을 빼는 데도 도움이 된다. 훈증하여 이용하면 기침을 그치게 한다."

근세에 들어와서는 보아전쟁에서 바세린에 프로폴리스를 섞어 병사들의 상처 치료에 사용되었지만, 근세에 이르도록 프로폴리스에 대한 연구는 한동안 단절되었다. 그러다가 1966년 프랑스의 레미 쇼뱅 박사(소르본느 대학)가 프로폴리스는 천연의 항생물질성분을 가진 사실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유럽이 프로폴리스를 주목하게 되었다. 1980년에는 제5회 프로폴리스 심포지엄이 열렸고, 독일의 길 대학 B 허브스테인 박사가 프로폴리스의 약리작용이 프라보노이드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고, 프로폴리스의 생화학적 분석까지 발표하였다.

프로폴리스가 동양에서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이것은 벌 종류의 차이에 의한 것인데, 서양의 벌은 프로폴리스를 왕성하게 생산하지만 동양의 벌은 그렇지 않다. 물론 중국에서 ‘노봉방’이라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는 말벌의 벌집을 사용한 기록으로, 벌집의 밀랍에 포함된 극소량의 프로폴리스 효능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일 뿐 본격적인 프로폴리스의 사용은 아니었다. 따라서 동양에서는 프로폴리스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동양에 프로폴리스가 알려진 계기는 1985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제30회 국제양봉회의를 통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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