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이름은 거룩하다고 고백하며 그 거룩함을 진정 '영혼'과 '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섭도록 강퍅한 세상의 논리와 주장에 무릎 꿇지 않고 그것에 맞서고 그것을 넘어서는 믿음과 행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리아가 하나님을 찬양한 노래가 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낳기 전 그가 불렀던 <마리아의 찬가>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 노래에서 깊은 뜻을 찾습니다. 여기서 마리아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합니다. 내 마음이 나의 구주 하나님을 기뻐합니다.”
그가 지닌 모든 능력과 자원 곧, '영혼'과 '마음'을 다 동원하여, 자신의 존재 전체를 바쳐 온전히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 하나님 안에서 기뻐합니다. 이것은 하잘 것 없는 초라한 한 여인을 하나님이 택하시어 거룩한 존재,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의 어머니로 삼으셨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라며 오직 그만을 노래합니다. 

왜 마리아가 이렇게 자신의 '영혼'과 '마음'을 모두 다 동원하여, 자신의 존재 전체를 바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을 기뻐한다고 해야 했겠습니까?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하잘 것 없는 초라한 한 여인을 하나님이 돌보셨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은 하잘 것 없음과 비천함을 상관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 따위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눈길을 내려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비천한 여인이 거룩한 존재,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의 어머니로 들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세대를 거듭하는 동안 내내 마리아를 복되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가 노래한 하나님의 거룩함

이어 마리아는 "주님의 이름은 거룩합니다" 하고 노래합니다. 그가 말한 이 거룩함의 뜻은 무엇을 말합니까? 거룩함이란 거룩한 하나님의 속성과 이어지는 그 어떤 것을 가리킵니다. 통상의 세상 것과는 구별되는, 세상 것과 떨어져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그 어떤 것을 뜻합니다. 이 낱말의 뜻은 신성한 듯이 꾸며 겉으로만 거룩한 듯이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속성 그 자체가 거룩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마리아가 "주님의 이름을 거룩합니다" 하고 노래를 불렀던 것은 하나님의 속성을 일컫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긍휼하심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이 교만한 자들 무너뜨리신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왕들을 왕좌로부터 끌어내리시고", 낮고 천한 사람들을 높이셨다고 했습니다. "굶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채우시고 부자를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다]"고 노래했습니다. 마리아의 노래에는 기존하는 질서를 뒤집어엎어버리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리아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노래한 것은 바로 이러한 반전과 역전에 있습니다. 거룩하심의 뜻이 세상의 상식과 논리와 현실과 구별되는, 그것으로부터 떨어져 거리를 두는 것이기에, 그 거룩하심은 세상의 것을 뒤엎어버리는 것이어야 옳습니다. 
마리아가 '주님의 이름은 거룩합니다' 하고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세상의 것과 분리되는 어떤 차원에 대한 그의 그리움이며 그 차원에 대한 그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아기 예수를 기다린다고 하는 것은 마리아가 노래한 거룩하심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 있는 자들이 굳혀 놓은 세상의 상식과 논리, 힘 있는 자들에 휘둘려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상식과 논리를 무턱대고 추종하는가 하면, 현실이 그렇고 세상이 그러니 어쩔 도리가 없다며 세상 돌아가는 대로 적당히 맞춰가며 살아가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하는 타성의 생각 뭉치들, 바로 그러한 세상의 흐름에 하나님의 거룩하심은 맞서고 불화합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거룩하심은 세상의 것과 차별성을 지니고 세상의 것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거룩하심을 믿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것에 사로잡혀 있을 수 없고 세상의 논리 속에 갇혀 있을 수 없으며, 세상의 주장과 세상의 틀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은 거룩하다고 고백하며 그 거룩함을 진정 '영혼'과 '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섭도록 강퍅한 세상의 논리와 주장에 무릎 꿇지 않고 그것에 맞서고 그것을 넘어서는 믿음과 행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의 오심을 기다린다면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언제 굶주림에서 헤어날 수 있을 것인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데도 아직 부자들은 이에 관심을 쏟지 않는 이 무디고 무딘 세상을, 우리는 '거룩하다'고 우기지 못합니다. 그것은 당연하지도 않으며 운명이지도 않습니다. 오직 비속하고 천할 따름입니다. 큰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은 이 비속하고 천한 세상을 전복시키고야 마십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은 '거룩하다'고 노래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사람으로서,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는 사람으로서, 그의 오심을 기다린다고 하는 사람으로서, 실제로 그의 오심을 축하코자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어두운 세상에서 살아가기란 어렵습니다. 마음 편할 수가 없습니다. 무시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밀려나기만 하는 사람들, 뜻하지 않게 삶터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조그마한 감수성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결단코 이런 사람들을 보고 마음 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저앉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고는 앞뒤가 안 맞는 것을 새삼 가지른 하게 다듬어주실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마리아가 '하나님의 이름은 거룩합니다' 하고 '영혼'과 '마음'으로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도 '영혼'과 '마음'으로 그의 이름은 '거룩하다'고 노래하며 기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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