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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지배하는 세력, 그 세력이 정의내리고 있는 능력, 그것이 행사하고 있는 힘, 그 세력이 치켜세우는 잡신들, 그 잡신들의 가치, 그런 것들을 그리스도의 발아래에 두지 않고 오히려 그리스도 위에 두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회가 오늘날처럼 불명예스런 지경에 빠져든 적이 일찍이 있었는가, 되물어보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는 교인들이 많습니다. 교회를 둘러싼 불미스런 소문과 추문들을 보고 곳곳에서 쏟아내는 비난의 소리가 하늘과 땅을 진동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는 것조차 거북하고 창피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남들 눈총을 피해 자동차 안에 몸을 숨기고 교회로 직행할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이쯤 되고 보면 누군들 즉흥 분석이라도 내놓고 싶지 않겠습니까? 사방에서 갖가지 풀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터져 나온 온갖 비리와 타락 때문이라고 하는가 하면 교회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교회 자체가 저질스런 집단이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거기에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옛날 같으면 전혀 드러나지 않을 수치스런 일들이 한 순간에 노출되고 증폭되어 파문을 일으킨다고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개신교의 조직 특성상 다른 종교와 달리 내부의 비밀스러움을 통제할 수 있는 엄격한 위계 제도가 없고, 외부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어떤 높은 방호벽도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교인들이 열린 공간에서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정정당당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어 소통하지 못한다는 자질과 능력의 문제를 덧붙여 보기도 합니다.


대형교회 때문? 인터넷 때문?

각각의 주장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가 맞닥뜨린 문제는 인터넷 기술, 조직의 성격, 또는 소통 능력의 부족만으로는 교회가, 목사가, 교인이 저질러온 그 비리와 타락이 다 풀이되지 않습니다. 그 비리와 타락의 근본 원인을 더욱 깊은 데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어떻게 자신을 이해하고 정의내린 사람이겠습니까?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름지기 하나님의 선택하심을 받아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사람을 일컫습니다. 그렇게 하여 지난날의 '나'와 달리 새롭게 된 사람, 지난날 세상 식으로 살던 '나'를 선택해 주시어 이제 그의 딸이 되고 그의 아들이 되어 그리스도의 공동체에 들어서게 된 사람, 그런 '나'를 일러 그리스도인이라고 합니다. 신령한 차원에서 이것을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 이 신령한 차원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 바로 그가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 살아가는 그 삶이란 어떤 것이겠습니까? 그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겠습니까? 하나님은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를 모든 지배자보다도, 우주의 누구보다도 높이 뛰어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그의 권위 밑에 두셨습니다. 모든 것이 그의 발 아래 복종토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삼으셨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러한 믿음 위에 터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삶은 어떻습니까?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여 교회에 출석도 하고, 교회에서 봉사도 하고, 제법 심각한 생각의 시늉도 하지만, 우리는 좀처럼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뛰어난 존재로 높이지 않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오늘을 지배하는 세력, 그 세력이 정의내리고 있는 능력, 그것이 행사하고 있는 힘, 그 세력이 치켜세우는 잡신들, 그 잡신들의 가치, 그런 것들을 그리스도의 발 아래에 두지 않고 오히려 그리스도 위에 두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 스스로 천연덕스럽게 변명합니다. 이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 한 이 세상의 흐름을 어찌할 수 없다면서 세상에 무릎 꿇고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감싸고돕니다. 이 세상에 사는 한 이 세상의 현실을 어찌할 수 없다면서 세상 탐욕의 가치에 맞춰 살아가는 자신의 행태를 편들어 두둔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오늘의 교인이 하나님의 뜻을 그렇게 거역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그리스도의 권위 밑에 두신, 그의 발 아래 복종케 하신 하나님의 뜻하심과 하나님의 질서 지우심을, 교회와 교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무참히 깨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두 세상의 잡신을 숭배하면서 자기 탐욕에 따라 하나님을 거역하는 변절자로, 배반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잡신 아래 팽개쳐버린 ‘그리스도’

그래서 길은 하나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믿는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교회가 교회됨은 그것이 얼마나 그리스도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몸이 되어 있는 한 어떤 비리도 어떤 타락도 생식-증식하지 못합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몸 되신 교회의 구성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모든 잡신들 위에, 모든 세상 권세 위에 뛰어난 존재로 믿고,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믿고 살아갑니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로 남아 있는 한 어떤 불명예도 어떤 불미함도 교회에 들어서 번성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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