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막 주인

3시간을 운전해 도착한 몬트리 목사가 사역하고 있는 마을에는 인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한창 밭에서 일할 시간이라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일하러 갔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걸어서 한참을 갔습니다. 사방이 잡초로 둘러싸인 들판 한복판에 작은 집이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집이라기보다는 지붕과 마루만 얹어놓은 작은 원두막입니다.

그런 집에 팔십 세 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앉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었고, 할머니는 허리를 다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환자였습니다. 이 두 분이 허름한 원두막 집의 주인입니다. 자녀들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고, 두 부부만 남아 서로 눈이 되고, 다리가 되어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몬트리 목사는 이 두 분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교회의 몇 안 되는 성도 중 한 분이라 그렇고, 불편한 몸을 가지고도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헌신이 고마워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수시로 드나들며 일을 도와주고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대도시 부부

몬트리 목사 부부가 이곳에 온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두 부부는 방콕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공부하고 결혼한 전형적인 대도시 사람들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을 무척 부러워합니다. 우리와 다른 것이 있다면 도시 생활이 신분 상승까지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대도시 번호판만 붙여도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해 차를 구입하러 먼 도시까지 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 정도로 도시와 시골 생활에는 큰 격차가 있어서 도시 사람이 시골로 간다는 것은 그렇게 낭만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몬트리 부부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문화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졸업후 해외 선교단체에 들어가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을 돕는 구호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대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세계를 보게 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때 가난했던 사람들은 부모를 거쳐 자식 대에 이르러서도 가난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가난 속에서만 살아온 그들은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도 없고, 잘사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도 없습니다. 그 모습에 두 부부는 충격을 받고 이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래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오지 시골 마을로 옮겨온 것입니다.

소망은 다른 데 있다

몬트리 목사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염소, 닭, 돼지를 키우게 했습니다. 농사가 전부인 사람들에게 소일거리를 만들어 수익을 얻도록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행복이 경제적인 성장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몇 푼의 소득이 생기면 더 얻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그래서 감사보다는 불평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때부터 그는 하고 있던 모든 일들을 정리하고 복음만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음이 밥 먹여주냐~’며 비아냥거리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말씀으로 위로를 받게 되었고, 교회가 사람들의 영혼의 쉼터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왔지만 지금은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교회를 찾습니다. 빈손으로 돌아가도 그분들은 행복해합니다. 복음으로 위로를 받기 때문입니다. 몬트리 목사는 대도시에 살면서 찾을 수 없었던 이런 삶을 여기서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시골사람’이라는 호칭을 좋아합니다.

박태수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으며, 라오스 국경의 태국 북동부지역(이싼)에서 전도와 교회개척 선교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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