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전환

라오스 국경과 멀지 않은 태국의 한 시골 마을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현지 목회자를 통해 이싼이라 불리는 북동부지역의 처참한 선교 상황을 듣게 됐습니다. 어느 이슬람 국가보다도 열악한 기독교인 비율, 200여 년이 넘도록 성장이 멈춘 교회의 현실. 그분들의 단어에 녹아있는 모든 의미들은 마치 바울이 보았던 마케도니아 사람의 환상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던 계획을 한순간에 바꿔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 오게 된 유일한 이유는 라오스 때문입니다. 예수를 믿고 신실한 성도의 삶을 사는 것이 불법으로 여겨지는 곳, 바로 라오스입니다. 그래서 성도들 중에는 감옥에도 가는 이들도 있고 심지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살을 당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성도들을 외면하고 싶어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언제나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어서 그리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남은 인생은 이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작정하고, 오랫동안 몸담았던 터전을 떠났습니다.

민족을 위해 같이 우는 목회자

확고했던 삶의 방향을 바꾸도록 만든 것은 몇몇 사람들의 역할이 한몫했습니다. 그중 한 명이 ‘티 목사님’입니다. 그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 중 하나인 장로교회 담임목사입니다. 그는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목회자였고, 그가 맡은 직책만 해도 20여 개가 넘습니다. 그래서 처음 훈련을 할 때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수많은 세미나와 모임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우리 훈련이라고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였는지 두 번째 훈련에는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누구인지, 어느 교회 목회자인지도 몰랐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그와 점심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쳐갈 즈음에 그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나는 30여 년 동안 이 지역에서 사역하면서 이싼 영혼들을 위해 울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와서 우리 민족을 위해 그렇게 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같이 울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2,200만 명의 잃어버린 이싼 영혼을 구하자며 가는 곳마다 외쳤습니다. 주일 예배는 물론이거니와 장례식 때에도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분 덕분에 나는 모르는 사람들한테까지 이싼 민족을 위해 사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고, 개척자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금식기도의 응답

또 한 명의 목회자는 ‘찰리’입니다. 그는 캄보디아 국경 인근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이싼 민족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습니다. 그는 이 땅을 변화시켜 달라고 40일 금식기도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지도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싼 영혼 구원에 나서자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귀담아 듣지 않았고, 세월이 지나면서 그의 열정도 식어갔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우리 기도모임에 참석했다가 자신이 꿈꾸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그의 열정은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고, 기도했던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졸지에 기도 응답으로 여겨져 이 또한 인생의 방향키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난 후 다가올 일에 대해 결코 장담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계획을 해도 주님의 뜻만이 이루어지는 것을 눈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물 위에 뜨는 법을 갓 배운 어린아이처럼 주님의 은혜 위에 내 인생을 둥둥 띄우는 연습을 다시 하는 중입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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