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를 씌우다

미국에서 대학생 60여 명이 여름 방학을 맞아 단기선교를 왔습니다. 사막에서 단비를 만난 것처럼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지에서 도울 여건이 충분치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당장 이들을 태우고 다닐 차량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시설이 좋은 미니버스 같은 것을 렌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항공료 등으로 너무 많은 예산을 써버렸기 때문에 여력이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가장 서민적인 썽태우(작은 트럭을 개조해 만든 교통수단)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의 단점은 정해진 요금이나 미터기가 없어서 외국인은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안도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썽태우를 사용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요금 문제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침과 저녁에 학생들을 대학교로 데려다 주는 용도로만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운전사들은 차를 캠퍼스에 세워두고 하루치 요금을 전부 받았습니다. 낮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니 다른 곳에 가서 영업을 하다가 오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하루 종일 남아 있다가 요금을 받아갔습니다.

너희들은 다르네

보통 이런 경우라면 반드시 다툼이 일어났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다른 대안도 없었고, 바가지를 쓴다고 해도 다른 차를 빌리는 것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계속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생들은 아저씨들과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음식을 나눠먹었고, 저녁 만찬을 가는 날에는 그분들의 음식도 따로 챙겨드렸습니다. 살인 더위라 일컫는 날씨 때문에 학생들은 수시로 가게를 드나들며 음료수로 더위를 식혔는데 그때마다 아저씨들 것도 챙겼습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갈 무렵 아저씨가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하더니 이제는 요금을 줄여서 받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계획에 없던 일정이 생겨도 추가 요금을 청구하지 않았고, 피부로 느낄 정도로 친절해졌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대학생들의 착하고 섬기는 태도 때문에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의 한몫

학생들은 현지인 청소년, 대학생들을 전도하기 위해 문화 행사를 했습니다. 예배당을 공연장으로 꾸미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친구들을 초청했습니다. 이 행사는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축제였습니다. 평생 처음 교회를 와 봤다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썽태우 운전사 아저씨도 앉아있었습니다. 그분들도 젊은이들과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행사를 즐겼습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목사님이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초청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일어나 영접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그때 운전사 아저씨도 일어나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무엇이 이분을 일어나게 했는지 짐작은 됐습니다. 두 달 동안 대학생들과 지내며 자신이 귀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얼마 전에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가난하면 무시 받는 이곳에서 아마도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섬겨주고 식구처럼 사랑해 준 학생들에게 말 못 할 마음의 빚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그는 한몫 챙겨보려고 우리 일을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생의 큰 한몫을 챙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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