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불모지, 태국

선교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태국의 선교 현실이 그중 하나입니다. 가장 자유로운 나라가 아시아에서 복음화율이 가장 낮은 선교의 불모지라는 사실.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치면 될 것 같은데 왜 안 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라오스, 태국 목사님들이 모이는 훈련에서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한 겁니다.

오전에는 전도 방법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그룹을 나누어 마을에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전도 전문가

마을로 떠나는 첫날 아침, 한 태국 목사님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자신은 오후에 마을에 가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은 전도훈련을 수도 없이 많이 한 사람이라 굳이 전도 실천을 할 필요가 없는 전도 전문가라는 겁니다. 그의 말에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 그렇게 하시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마을로 출발하기 전에 오늘 만나게 될 영혼과 복음의 문을 열어달라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로비는 물론 온 건물이 기도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방에서 쉬고 있던 태국 목사님은 무슨 일인가 놀라 달려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무리에 휩쓸려 엉겁결에 트럭에 탔습니다.

이분이 속한 그룹에는 라오스 목회자들도 있었는데, 그분들은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핍박받으며 사역하던 분들이 자유로운 땅에 오니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복음을 전했습니다. 얼마나 적극적인지 그 열정에 감동되어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갔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한 영혼

새로운 마을에 들어갔을 때 라오스 목회자들은 전도의 전문가라서 마을에 가지 않겠다던 그분에게 전도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는 저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했습니다. 그러나 라오스 목회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가게 앞에 앉아있던 한 아주머니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전도지의 중간쯤 읽어주었을 때, 복음을 듣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열었습니다. 얼마 전에 남편이 집을 떠났고, 그로 인해 가정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렸습니다.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현실은 점점 더 낭떠러지로 밀려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다가도 그러지 못한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듣다가 용기가 생겨 그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아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사역을 마치고 돌아와 그 목사님이 다시 나를 찾아왔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전도 강의를 수백 번도 더 했지만 실제 나가서 복음을 전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평생 전도하는 목사가 되겠다며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이곳에서도 기도하고 순종하며 나아가면 분명 전도의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살아야 할 삶에 대한 답은 분명해집니다. 한 영혼 구원하는데 집중하는 것, 그 삶을 이 땅에서도 살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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