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센터 마련을 위해

동남아시아에 전략본부 역할을 할 센터를 마련하려고 오래전부터 기도했습니다. 중요하지만 시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필요가 절실해졌습니다. 특히 고립되고 닫힌 마을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외국인 선교사가 아니라 현지인 성도들로, 그 성도들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선교가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선교지 교회들이 스스로 자립할 길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초조함도 작용을 했습니다.

엄청난 시설도 아니고 한적한 국경 마을에 작은 훈련소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나 적당한 시설을 찾는 것은 현실의 벽에 부딪쳤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쑤시고 다녔지만 어디에도 뾰족한 해답은 없었습니다.

우연한 만남

모든 것이 답보상태인 그때, 친구를 따라 그 집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일꾼들은 오래된 가정집 방들을 일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내부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그 집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꿈꾸던 센터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로부터 제 근황을 전해들은 관리자는 미국에 있는 집주인과 연락을 해보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관심 없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고개만 끄덕였는데, 그날 밤부터 3일 동안 집주인과 긴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주인인 그녀는 어릴 때 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던 작은 영어공부 모임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유학도 가고 피나는 노력으로 의사까지 되었습니다. 이후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그리스도인들의 은혜를 잊지 않으려고 기회가 되는대로 이웃들을 섬겼습니다. 가난하고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민자들에게 무료진료를 해주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 한편에는 고향에 대한 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와 선교단체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목회자들과 상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지인 사역자도, 선교사도 모두 그녀의 고향에는 오기를 꺼려했습니다. 후미지고 가난한 곳이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할일은 많은데 일꾼이 턱없이 부족해 그런 곳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탓도 있었습니다.

은퇴를 하고 인생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녀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고향집을 수리해서 언젠가 전도하러 올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방문하던 마침 그때 고향집 수리를 막 시작했던 것입니다.

소박한 시작

계획 없이 방문했던 그 집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선교의 불씨를 일으키는 것이 그녀의 기도제목이었고, 저는 그녀의 기도응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머릿속에 그렸던 훈련센터의 모습도, 청소년 성경학교나 자립훈련에 필요한 공간도 없는 작은 연락소 같은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기도의 불을 지피는 것이 순서였습니다. 이 땅의 영혼들을 위해 평생을 기도했던 한 여인의 기도는 그렇게 응답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저는 그 기도를 이어받아 이 땅의 영혼들을 섬기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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