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는 마을 개척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두렵습니다. 경험이 많다고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문제를 쉽게 푸는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터지고 나서 이번에 다시 시작한 마을 개척도 어느 때 못지않게 긴장이 됐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그 지역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을 뿐더러 어디에 머물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없는 상태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지역에 기독교인이나 교회는 전혀 없다는 정보만 있습니다. 더군다나 공산주의 사상이 강한 시골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신고정신이 투철해서 조금만 수상한 행동을 보여도 바로 경찰이 출동하고 체포되기도 합니다.

푸치마을에는 저녁 8시 즈음에 도착했습니다. 도시에서 새벽 6시에 출발했으니, 14시간가량 걸린 겁니다. 비포장길과 아슬아슬한 비탈길의 연속이었습니다. 밤이 깊어지기 전에 하룻밤 머물 곳을 찾아야 합니다. 시골일수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조금만 늦으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처음 문을 두드린 집이 우리를 기꺼이 받아주어 숙소는 해결됐습니다. 그러나 저녁식사까지 부탁하기가 미안해서 우리는 배낭에 남아있는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불길한 조짐

아침이 되어 마을 위원장에게 신고를 하러 가야 합니다.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도 새로운 마을을 방문하면 지역 경찰과 위원회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만약 방문 사유가 불분명하거나 깐깐한 성격의 위원장을 만나면 바로 추방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룻밤을 묵게 해 준 집주인에게 위원장의 성향을 파악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위원장은 엄격하기로 유명해서 무엇이든 대충 대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마을 숙원사업 같은 것들은 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만약 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위원장 집은 마을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경찰서는 따로 없고 행정업무와 치안업무를 모두 위원장 혼자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위원장은 우리가 마을에 들어온 사실을 이미 들었는지 단파 무전기를 켜 두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원과 방문 목적을 파악하면 바로 경찰에 보고하고 일하러 가겠다는 뜻입니다.

마을 위원장의 반전

애써 밝은 표정과 예의를 갖추고 자리에 앉았는데 뒤따라오던 현지인 사역자들이 막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때 위원장과 캄싸 목사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찰나의 순간, 둘은 눈싸움을 하듯이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일어나 부둥켜안고 울부짖듯 통곡했습니다. 알고 보니 위원장과 캄싸 목사는 30년 전에 헤어진 고향마을 친구였습니다. 캄싸 목사는 부모를 따라 도시로 떠났고, 위원장은 결혼하고 아내의 고향마을로 와서 정착했는데, 통신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으니 서로 생사를 모른 채 30여 년을 보낸 겁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에서 만났으니 이것은 보통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고향 친구의 만남으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우리도 덩달아 오랜 친구로 인정받아 마을의 VIP급 손님으로 신분변화가 됐습니다. 둘은 30여 년의 세월을 이야기하느라 바쁘고 캄싸 목사는 자신이 목사가 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예수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친구에게 복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공직인 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어 혹시 정부를 두려워할까봐 미리 준비해간 종교법령집도 보여주었습니다. 정부가 발행한 헌법의 종교의 자유 내용을 설명한 자료집입니다. 미개척 마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교의 진척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어마어마한 폭풍이 올 줄 알았는데, 찬란한 햇빛이 나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일겁니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개척 여행이 해피엔딩이 되고 있습니다. 주님을 한순간이라도 붙잡지 않고는 살 수가 없고, 낭떠러지 앞에서도 소망을 갖는 이유일 겁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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