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기대와 기대 사이 - 청년의뜰 김우경 대표

피로와 희망 사이
철학가이자 신학자인 한병철 교수(베를린예술대학)는 저서 <피로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진단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성과사회’를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 속에서 성과를 위해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소모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성과를 위해 소모하고, 소모당하는 현대인들은 심한 피로를 느끼다 결국 영혼의 경색(梗塞)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
이런 때 희망을 키워드로 읽어낼 수 있을까?
여기 청년들을 향해 희망을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사단법인 ‘청년의뜰’(https://ayacw.modoo.at) 김우경 대표(사진)를 만나보았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야기
김우경 대표는 4대째 기독교 신앙을 물려받은 모태신앙인이다. 누구나 꿈꾸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후에 검사로 봉직하면서 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포항지청장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20년을 일만 하면서 달려왔어요.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바라는 만큼 우리 사회가 달라졌는가? 더 좋은 세상이 왔는가?’ 물었지요. 초임 검사 때 내가 하얀 도화지였다면, 지금은 사회에 물들어 권력에 취해 있고, 돈을 원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모태신앙이지만, 신앙으로 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은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살아라’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에 대해 들어왔지만 개별적 삶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런데 주변에 좋은 경험을 가진 선배들과 청년들을 매칭 시켜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포항지청장 직을 감당하며, 청년 멘토링에 대한 꿈을 더욱 구체화시키는 시간이 되었다.

돈 문제, 돈으로 풀기
그러다가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그래서 쉼과 치유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해 사표를 던졌다. 처음 사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검사로 복귀하면 욕심이 생길거란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두 번째 사표를 내고 신앙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며, 구체적 삶 속에서 믿는 바를 어떻게 실천할 지 도전하기로 했어요.”
하여, 2006년부터 청년이 희망을 품는 사회를 꿈꾸며 ‘사단법인 청년의뜰’을 시작하게 되었다. 청년의뜰은 ‘기독교’, ‘자립’, ‘소통’, ‘공동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느슨한 연대를 이루고자 하는 공동체이다.

“돈을 중심으로 움직여지는 세상 속에서 고통 받는 청년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돈 때문에 인격까지 바뀌는 세상에서 기독교인들이 ‘돈’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돈을 정직하게 벌어야 한다고 가르치기는 하는데, 돈을 왜 벌고, 어떻게 벌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르침은 없어요.”
“한 고등학교에서 ‘10억을 주면 교도소에서 3년간 살 수 있는 사람’을 조사했는데, 약 80%가 감옥에 가겠다고 하더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소개했다. 인생을 돈과 바꿀 정도로 돈에 노예화 되어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그는 돈 문제는 돈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년들이 ‘행복하게 쓰는 법’을 배워야 하며, 소비가 모든 경제활동의 근간인 사회 속에서 ‘바르게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의뜰이 올해부터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청년미래은행 사업’은 그런 의미에서 청년들의 경제 훈련을 위해 기획되었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가장 행복한 소비 기억을 하도록 해요. 그리고 그것을 건강하게 누리도록 멘토링 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돈을 벌면서 삶을 희생하고, 바르게 쓰지 못해 미래를 차압당한 청년들이, 가진 자원을 행복하게 사용하는 것. 이것이 운동이 되면, 우리사회를 옭아매고 있는 돈의 마성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청년이 희망 품는 사회 꿈꾸며
청년의뜰 ‘청년미래은행’은 네 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첫째는 ‘배워요’이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금융교육과 재정상태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모아요’인데 즐거운 저축 100만 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청년이 통장을 만들고 60만 원을 저축하면, 청년미래은행에서 40만 원을 더해 총 100만 원을 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셋째 ‘빌려요’는 긴급생활자금, 미래교육투자금, 주거안정자금 대출 사업이다. 넷째 ‘나눠요’는 교육·상담을 위해, 저축 사업을 위해, 대출 사업을 위해 기부를 모집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멘토링이다. 청년들 각각의 재정 상태, 재정에 대한 이해 등을 면밀히 검토하며 각 사람에게 맞는 해결책을 함께 찾아나간다.
“한 청년은 돈 안 쓰는 것이 몸에 밴 친구였죠. 막연하게 모으기만 하는 거예요. 문제는 쓰는 법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행복하게 쓰는 법’을 알려주었어요. 한편 ‘빌려요’에 오는 청년들은 무분별한 지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잘못된 지출 습관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멘토링을 받게 됩니다.”

김 대표는 청년들의 재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을 ‘인바디’에 비유한다. 운동을 하기 전에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재정인바디’를 해야 한다는 것. 청년의뜰은 이런 일을 더욱 확대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히며 자리를 잡은 기성세대들이 기부와 참여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재 교회를 중심으로 백분의 일 운동을 벌이고자 하는데, 십일조의 십일조를 청년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돈’ 때문에 희망이 없는 사회가, 건강하게 ‘돈’을 다루는 사람들에 의해 새 희망을 품고 치유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청년의뜰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아쉽게 느꼈던 ‘구체적인 삶에서 어떻게 기독교신앙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청년의뜰과 청년미래은행을 통해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우경 대표는 이 사업을 위해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멘토링을 넘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연대은행, 마이크로크레딧을 소개하여 실제로 청년미래은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종수 이사장, 한국크라운재정에 몸담았던 신이철 이사, 그리고 아름다운교회, GNM글로벌문화재단, 사랑의열매 등, 함께 힘을 모은 분들이 있기에 청년의뜰은 희망을 품는다.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 느슨한 연대에 더 많은 사람, 기관, 교회가 참여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민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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