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나 언어에 담긴 동서양의 정서가 서로 다른 것처럼 음악에서도 동양과 서양은 많이 다르다.
동양 문화권 사람들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서양의 음악은 절대음에 의존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서양에서는 절대음의 위치를 계약적으로 정해 악보를 그리고, 작곡을 할 때도 절대음이 기준이 되며, 노래를 부를 때도 악보에 나와 있는 음에 따라 부른다. 기본적으로 이미 그려진 악보를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불러야 성공한 오페라가 된다. 음악가마다 곡 해석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연주는 악보의 재연이다. 노래나 연주를 하는 사람과 그것을 듣는 사람 모두 절대음이라는 일종의 계약 기반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직관음’에 의존한다. 여기서 직관음이란 절대음에 상응하는 의미다. 계약보다는 직관에 따른 음이라는 뜻이다. 직관음이란 시간, 공간 그리고 관중 등 공연이 이루어지는 총체적인 상황을 고려한 공연자의 판단과 선택에 의존한다. 우리나라 전통 음악 가운데 대표 격인 판소리의 경우, 부르는 이에 따라 같은 노래지만 다르게 부를 수 있다. 같은 사람이 부르더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한 시간 전에 부른 것과 한 시간 후에 부르는 음이 다르다. 그때그때 공연을 하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사람, 그리고 공연이 이루어지는 전체 상황의 관계 속에서 공연의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의 음악과 서양의 음악은 각각 직관음과 절대음에 의존한다는 확연한 차이가 있으면서도 기본적으로 음악예술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바야흐로 21세기에 접어들어 그 공통점을 기반으로 하여 동양과 서양의 음악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렇게 동양과 서양이 동반자로 함께 가는 꿈인 ‘통’(通)은 음악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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