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이동이 줄어 각 곳에 멸종위기였던 생물이 살아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공기가 맑아지고 감기환자가 줄었으며, 집 안을 돌보는 비중이 커졌습니다.
반면, 그간 여행 욕망을 펴지 못한 이들이 백신 접종 이후 ‘보복여행’이라도 하려는 듯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세계 탄소배출량의 10%가 관광사업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보면 지난 2년간 지구는 자구책으로 코로나를 앞세워 억지로 탄소배출을 줄이게 했는지 모릅니다. 그럼 이제 백신 접종과 함께 폭발하려는 여행을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할까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제안하는 홀리 터펜은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덜 붐비는 곳으로 가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숙소에 머물라는 겁니다. 한 예로 4성급 호텔은 소규모 실속형 숙소보다 탄소를 4배나 배출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자고 제안합니다. 또, 비행기 대신 기차나 배를 이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반 이상 줄인다고도 말합니다.
코로나로 발이 묶이기 전 2018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과잉관광’을 최종후보에 꼽았었지요. 그 이듬해 국제 항공편 승객 증가 수는 예측보다 2년이나 빨라 14억 명을 넘었던 점을 짚어보면 지금 코로나 종식 후 앞 다퉈 떠날 여행에 한번쯤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지 않으면 여행 자체가 어려운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우리 세대뿐 아닌 후손들도 다른 곳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심정으로 가능한 한 덜 편리한 쪽을 택해 느긋한 움직임을 계획해 보길 바랍니다. 지속가능한 여행은, 여행의 한 종류가 아니라 모든 여행에 적용되는 사고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의 긴 햇빛 아래 몸과 마음에 고상하고 유연한 자세가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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