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풀려난 캄
감옥에 갇혔던 캄(가명) 목사가 풀려났다. 이웃 마을에 복음을 전하겠다고 찾아간 것뿐인데 그 대가는 10년의 세월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감옥에서 나온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분노나 원망도 없었다. ‘내 이름 때문에 모든 민족에게 미움을 받으리라’(마태복음 24장 9절)는 말씀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고 주님 때문에 받는 핍박을 명예로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전 화전(火田) 농부였던 그가 이렇게 헌신적인 사역자로 변화된 것은 사람이 한 일이 아니다. 또 산을 내려오다가 발을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캄 목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천년 정글 같은 곳으로
처음 이 나라에 들어가 선교를 하겠다고 작정한 것은 개척이 안 된 종족이 가장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북부의 산악 지역을 선정한 것도 누구도 가서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현지인 지도자들과 상의를 하면서 당신들이 갈 수 없는 곳에서 시작하겠다고 한 곳이 이 지역이었다.
오래전 프랑스가 동남아시아를 식민지로 삼을 때는 이곳을 자연 감옥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사방을 둘러싼 험한 산 때문에 죄수들은 탈출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곳은 천혜의 요새 같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이 드넓은 산맥의 봉우리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은둔 마을들이 점처럼 자리하고 있는, 소수민족 마을들이다.
길도 모르고 말도 안 통하는 이 험한 지역을 젊은 현지인 목사와 함께 헤집고 다녔다. 산 속을 헤매다 길을 잃고 되돌아오기를 수십 번, 누구도 안 가본 길을 간다는 것은 영화처럼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육체적으로도 한계를 느끼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았다. 말이 전혀 다른 소수민족들을 만날 때는 현지인 목사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부러진 발목…캄을 만나다
그러던 어느 날 산꼭대기에 있는 마을을 방문하고 내려오다가 발목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물먹은 스펀지같이 무거워진 몸과 부러진 발목의 고통으로 해가 지기 전에 산을 내려가야만 했기에 뒹굴기도 하고 현지인 목사 등에 업히기도 하면서 길을 재촉해 봤다. 그러나 지칠 대로 지쳐있던 우리 힘으로는 그 험한 산을 빠져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캄을 만났다. 그는 가파른 산비탈에서 농사짓는 화전 농민이었고, 홀로 밭을 돌보고 있었다. 평지가 없는 이곳 사람들은 산을 불태워 밭을 만들고 그곳에 쌀을 심어 재배한다. 그리고 집과 밭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밭 근처에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생활한다. 캄도 밭 귀퉁이에 작은 움막을 짓고 생활하고 있던 터에 우리를 발견해 바로 그 움막으로 안내해 주었던 거다.
약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그 움막에서 며칠을 버티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일로 나는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의 빚을 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움막은 산봉우리 마을로 올라갈 때마다 쉬었다 가는 쉼터 역할을 했다.

미안하고 고마운 사이
추수가 끝나고 그의 고향 마을에도 가보고 가족들도 만났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친구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했고, 캄은 거부감 없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 그 후 기회가 될 때마다 현지인 목사가 찾아가 성경을 가르쳤다.
그렇게 신앙생활을 시작해 캄은 몇 년 후 사역자까지 됐다. 고향마을에 작은 교회도 개척했고, 이웃 마을들을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체포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그런데 감옥에서 풀려나 집에 돌아온 그는 오히려 내게 미안하다며 소리 내어 울었다. 우리는 그랬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서로 미안하고 또 고맙게 생각한다. 그는 나에게, 나는 그에게 아직 못 갚은 사랑의 빚을 안고 살아서 그런가 보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