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아들에게 인모가발 선물하는 ‘어머나운동본부’

매스컴을 통해 연예인 등 누군가가 머리카락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지난 시절, 머리카락으로 무엇인가를 했다는 이야기는 생계비에 보탰던 여성들의 미담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머리카락을 ‘기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의 머리카락이 누군가에게 요긴하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것도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맞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진정 소중한 선물이 된다.

한 올의 머리카락
어머나운동본부(이사장 김영배)는 12년 동안,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특별한 운동을 전개해왔다. 바로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이다. 어머나 운동은 천연 모발로 제작된 가발을 소아암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나눔 운동이다. 김영배 이사장은 자신의 사업체에서 비롯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소아암 병동에서 이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즐거운 노래를 들려주고 마술을 보여줄 때만 환해지는 아이들의 얼굴. 전반적으로 어둠이 깔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암 환아들은 18세 이하의 연령대로 성장기,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지요. 외모에 민감한 나이인데 항암치료를 위해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야 합니다. 미리 자르는 것이 항암치료를 받는 도중 사라지는 머리카락을 보는 것보다 심리적 위축이 덜하다고는 하지만, 소아암 환아들은 한동안 우울감을 갖게 됩니다. 또래의 아이들처럼 예쁘고 멋있고 싶은 마음 한편에 대인기피증이 생겨나기도 하죠.”
김 이사장은 그때 소아암 환아들을 위한 생각을 했다.
‘저들에게 한 웅큼의 머리카락이라도 돌려주자.’

25cm의 사랑
아동 질병 사망 원인 1위인 소아암은 매년 1,600여 명에게서 발병된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아들은 항균 처리가 된 환자용 인모 100%의 가발을 착용해야 한다. 인조가발은 값은 저렴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환아들에게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하지만 소아암과 싸우며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환아 가족들에게 300만 원에 달하는 인모가발은 확실히 큰 부담이다.
어머나 운동은 한 사람당 25cm의 머리카락 30가닥 이상을 기부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아용 인모가발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머리카락은 약 1만 500가닥에서 2만 가닥. 500여 명 이상의 기부자들이 함께할 때 확보할 수 있는 양이다. 기부자 중 남성도 25%에 달한다. 마음만 있다면 사실 20cm 안팎의 머리카락도 유용하게 쓰인다. 십시일반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이런 표현을 가진 나라는 우리밖에 없지요. 어머나 운동은 이렇게 우리의 DNA에 각인된 작은 나눔의 마음을 도전하고 모으는 기부 운동입니다.”
김 이사장은 유독 ‘운동’ 부분을 강조했다. 어머나 운동은 ‘돈과 시간이 생기면’이라는 조건부 기부가 아닌, 일상 속에 묻어나는 생활형 기부라는 것이다. 참된 기부는 바로 지금, 있는 것을 작게라도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 빠지는 100~150여 가닥의 머리카락이 소아암 환아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선물이 됩니다. 그렇게 빠진 머리를 수시로 모아서 기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바로 이런 것이 어머나 운동이 기대하는 작은 기부의 실천입니다.”
어머나 기부는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쉽게 동참할 수 있다. 25cm의 머리를 자르거나 빠진 머리를 모아 봉투나 작은 상자에 담은 후 신청서를 동봉해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이렇게 모은 머리카락은 전문업체를 통해 천연 인모가발로 제작, 병원과 복지사 등이 추천한 익명의 소아암 환아들에게 전달된다. 수혜자들은 인모가발이 수많은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이루어진 것임을 느끼게 된다.
“기부자 중에는 자녀의 배냇머리를 흔쾌히 기부하신 분도 계십니다. 한 청년은 일부러 2년간 머리를 기른 후 군입대를 하며 기부했습니다. 감동적인 사연은 이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기부의 선순환
“안녕? 난 초희야. 내 머리카락을 받고 자기가 좋아하는 머리 모양으로 썼으면 해. 친구가 낫기를 기도하고 응원할게. ♡ 많이 사랑해~”
수혜자들에게도 기부자들 이상으로 감동 사연이 많다.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소아암 환아들의 특성상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인모가발을 받은 그들의 기쁨은 투병 생활과 그 이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머나 가발 수혜자분들 중에 소아암이 완치된 분들이 계세요. 성인이 된 지금까지 환자 시절에 받은 사랑에 감사해 지금껏 마음을 전해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수혜자가 기부자가 되는 현상을 기부의 선순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나 가발을 선물로 받은 수혜자 가족들 역시 머리카락을 나누는 기부자가 되곤 한다. 받은 사랑을 역시 누군가에게로 흘려보내는 작은 나눔의 기부자들이다.
어머나 운동은 현재 한 달 기준 3,000여 명이 참여하는 꽤 규모가 큰 기부 운동으로 성장했다. 100건도 안 되던 10여 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매월 10명의 소아암 환아들에게 인모가발을 선사할 수 있는 규모다.
“소아암 환아들이 생일선물로, 또는 성년의 날과 같은 특별한 날의 선물로 인모가발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기부 참여도 중요하지만 도움이 절실한 수혜자를 최적의 때에 만나는 것 역시 저희에게는 매우 소중합니다.”
어머나운동본부는 인모가발이 필요한 환아들의 보다 많은 추천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소아암 환아가 아니어도 인모가발을 무상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모가발이 누구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면 대상 선정에 탄력성을 둘 수 있다는 뜻이다.

일상 속 기부를 꿈꾸며
기부는 한자로 ‘맡길 기(寄)’와 ‘붙을 ‘부(附)’로 쓴다. 부(附)는 ‘부화하다’ ‘알을 깐다’는 뜻도 갖고 있다. 따라서 기부에 담긴 의미 속에는 달걀이 부화할 때, 생명이 소생할 때까지 계속 제공돼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자연스레 빠지고 쉽게 버려지는 머리카락이 누군가에게 활력을 주는 희망이 된다. 소아암 환아들은 발병 후 수년간 고된 투병 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 인모가발을 쓰고 다시 건강해질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은 그들에게 있어서 더없이 소중한 응원의 시간이 될 것이다.
환아들에게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일상 속 나눔을 삶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어머나운동본부가 진정으로 꿈꾸는 기부 운동,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문의 : www.givehair.net, 070-5030-0277

김희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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