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정글 한복판에서 사역하는 빈센트 목사는 일 년 중 12월을 가장 바쁘게 보낸다.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알리는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세상과 고립되어 살아가는 아프리카 정글 마을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름 자체를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또 현대화된 지역에 살아도 어떤 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느 나라 독립기념일로 알고 있고, 심지어 산타 생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많다.

크리스마스의 특별한 공연
빈센트 목사는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이런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알리는 행사를 몇 년 전부터 시작했다. 복음은 반대해도 선물을 나누어주며 공연하겠다고 하면 추장들은 대부분 반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을 전도의 기회로 활용해 왔다. 교회 성도들은 몇 달 전부터 연극을 준비하고, 엉성하지만 구색을 맞춘 합창단도 만든다. 빈센트 목사는 ‘생일파티’라는 제목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공연이 끝나면 주민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준다. 오락 활동이 전혀 없는 이런 지역에서 이 행사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한 번 다녀간 마을에서는 이 ‘유랑 공연단’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찾아가는 크리스마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을 모아 공연할 수 없게 되었다. 빈센트 목사는 고민 끝에 모으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크리스마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어린 나귀 작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예수님을 싣고 갔던 어린 나귀처럼 복음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가 나누자는 의미였다.
성도들은 연극대신 선물 꾸러미를 만들었다. 선물 꾸러미에는 카사바 뿌리, 통밀 한주먹, 소금, 그리고 시장에서 구입한 과자 조금을 넣었다. 그리고 올해는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먼 곳의 마을들을 먼저 찾아가기로 하고 서 너 명씩 짝을 지어 마을들을 방문했다.
어른들은 대부분 밭이나 정글에 나가 일을 하느라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집에 남아 있는 아이들, 노인들을 대상으로 작은 공연도 하고 선물도 나누어주며 크리스마스의 주인 되신 예수님을 전하는 기회를 가졌다.

굶어 죽어가던 노부부
고립된 작은 마을을 방문했을 때였다. 대부분의 집들은 비어있고 마을은 조용했다. 성도들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텅 빈 마을을 축복하고, 선물을 나누어주었는데 한 집을 지나갈 때 안에서 작은 신음소리 같은 음성을 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캄캄한 작은 방 안에 시체처럼 바닥에 누워 꼼짝하지 않는 두 노인이 있었다. 빈센트 목사가 다가가 코를 만져보니 약하게 숨이 붙어 있었다. 성도들은 가져온 물과 음식으로 영양을 공급하고, 차가워진 몸을 문질렀다. 병원까지 가기에는 무리이기에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목숨을 살려야만 했다.
몇 시간 동안 애를 쓴 끝에 할아버지가 먼저 정신이 깨어나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는데, 모두 결혼하여 국경너머 마을에 살고 있었다. 국경이 있다고 해도 서로 오가며 같은 마을처럼 살아가기에 자녀들도 매주 식량과 생필품을 들고 와 나이든 부모를 돌보았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정부가 모든 국경을 폐쇄하자 자식들이 더 이상 국경을 넘어올 수가 없어 식량을 구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웃들이 조금씩 나누어주기도 했지만 이 사태가 길어지면서 이웃들도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었다. 두 노인은 그렇게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죽음을 몇 시간 앞둔 순간에 성도들이 노인 부부를 발견한 것이다. 노인이 교회 성도들에게 물었다.
“누가 보냈어요?”
“생명을 주시는 분이 보냈습니다.”
“그분은 참 좋은 의사인가 보네요.”
“그분은 우리 몸을 고치는 좋은 의사이면서 우리 영혼을 구하는 구세주이십니다.”
성도들은 그렇게 복음을 전했고 예수를 믿도록 도왔다.
빈센트 목사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그 두 노인을 위해서 예수님이 오신 날인 것 같아요.”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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