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숫자를 이해한다는 것

‘숫자를 뛰어넘어 산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또래 나이보다 젊게 꾸미고, 자신 보다 젊은 세대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숫자를 뛰어넘는 삶을 다르게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멘토링 전문 사회복지 NGO 러빙핸즈(대표 박현홍)의 멘토들. 1명의 청소년 멘티와 1명의 어른 멘토가 일대일로 연결되어 그 아이가 성인이 되는 나이까지 한 달에 두 번 이상 만남을 갖는 ‘러빙핸즈 멘토링’. 한부모가정, 조손가정의 아동 청소년들이 그 대상으로 어른들이 멘토, 어른친구가 되어 긴 시간을 함께 하며 진짜 ‘숫자’를 뛰어넘는 삶을 실천한다.
러빙핸즈의 홍보대사이자 러빙핸즈가 운영하는 초록도서관 공동관장인 개그맨 김지선 씨가 최근 11월 5일 열린 2020년 나눔국민대상에서 희망멘토링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한 시민 133명에게 주는 상으로 김지선 씨는 2010년 러빙핸즈와 연을 맺으며 졸업멘티 177명에게 장학금 지원, 1018대안공간 초록리본도서관 설립 후원과 매월 1회 ‘김지선 아줌마와 함께 책읽기’ 및 희망콘서트를 자원봉사로 진행하는 등 그 시간을 지켜주었던 것.
개그맨 김지선 씨에게 소감과 더불어 어떻게 10년이란 시간동안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어주는 일을 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들었다.

▲ 수상을 축하합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 일단은 수상하신 분들을 보니 30, 40년 엄청나게 오랫동안 봉사를 하신 분들이셔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연예인이고 공인이다 보니 10년 세월을 짧지 않은 시간이라 여겨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상의 무게가 더 무겁게 여겨지고 책임감이 더 느껴집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 10년이란 시간 동안 매월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이,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연예인으로, 또 네 자녀의 엄마로서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어떤 마음이 그것을 가능하도록 했을까요.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제가 제 자녀를 키워보니 모든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이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저희 집 경우에는 아이들이 어렸을 적 시부모님과 남편이 함께 돌봐주고 또 형제도 많으니 일과 봉사로 바쁜 엄마의 빈자리가 어느 정도 메워졌겠지만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아이들 경우에는 이 관심과 사랑을 주변에서 채워주어야 한다고 여겼지요.
이 아이들은 바라보며 관심 가져주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 아닌지, 특별한 말이 아닌데도 크게 반응하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어요.

▲ 아이들을 돕고 싶어도, 멘토링을 하고 싶어도 나이 차이 때문에 주저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내가 해도 되나?’ ‘내가 할 수 있나?’ 이런 생각으로.
: 맞아요. 어렵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단순하게 ‘같이’ 그 아이 곁에 있어주면 됩니다. 거창한 것이 절대 아니에요. 70대 할머니 멘토께서 고등학생인 아이와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셨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어느 순간 마음을 열었어요. 함께 밥먹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단 한 명이라도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힘이 되니 그냥 그 자리를 ‘진득하게’ 지켜주고 ‘꾸준하게’ 들어주면 됩니다.
제삼자가 나를 만나러 와주고 같이 밥 먹어주고 ‘시간’을 내준다는 것이 그 아이에게는 나중에까지 크게 작용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멘토링을 해준 친구들이 커서 멘토가 되어 활동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습니다.

▲ 요즘 코로나 상황에 활동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그래도 멘토링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공간에서 오프라인으로 하던 여러 모임은 상황이 괜찮을 때 열리고 있지만요. 물론 어려운 때이지만 아이들은 떨어져 있어도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청소년 멘토링 10년차 봉사자로서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 저는 많은 분들께서 몰라서 이 봉사를 못 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또는 육체적, 물질적 봉사만 아시고 본인의 시간을 기부하는 것도 봉사라는 것을 잘 몰라서요. 시간을 내주신다면 우리나라 미래에 투자하시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별한 재주 없으셔도 되니 자녀를 보듯이, 조카를 보듯이, 옆집 아이를 보듯이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나눠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숫자를 뛰어넘는 삶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숫자에 붙들리지 않고 존재와 존재로서 아이들을 만나 ‘어른 친구’가 되어주는 일에 개그맨 김지선 씨는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고 자기도 그 길을 힘차게 가겠다고 다시 활짝 웃으며 이야기한다.

멘토링 신청 및 후원문의 : 02)3144-2004 www.lovinghands.or.kr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