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까지 80일 동안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성경 읽고, 기도했어요.”
“우와, 소명아. 너는 아빠의 좋은 점만 다 닮았네~.”

아이는 어른이 된 아빠를 보고 있기에 이렇게 말해주었지만 같은 나이로 비교하면 사실 저랑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소명이 나이일 때 저는 장난이 심했고 주의가 산만했습니다. 예배 시간에 항상 장의자 밑을 기어 다녔고, 주보를 말아서 놀곤 했습니다.
자녀가 잘 자라주기를 꿈꾸는 부모는 지금의 모습이 항상 바르고 정돈된 모습이길 바라지요. 그러나 인생 앞에서 누구나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넘어지거나 실수를 경험하게 됩니다.
“나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말은 자녀를 향한 애절한 사랑이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폭력이기도 합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시 구절이 알려주는 진리는 ‘그때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아이에게 전해주어야 할 말은 무엇일까요?
소명이를 안고 기도해 주었습니다.
“스스로 약속한 것을 80일간이나 지속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약속을 어기거나 해야 할 일을 빠뜨릴 수 있습니다. 계속 해왔기에 계속하는 것이 아닌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세요. 그 마음 때문에 또 하루를 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루를 빠뜨려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의지를 허락해 주세요.”
그러고 보면 날 닮은 게 있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 좋아합니다. 함박웃음 짓는 게 꼭 날 닮았습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