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혹시 그거 아냐?”
꽃피운 블루베리 나무를 보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아내는 이야기를 할 때 고유명사 대신 대명사를 붙이곤 합니다. 그래서 가끔 아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탐정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그게’ 뭔지를 추리하곤 합니다. 이번에는 즉각 대답했지요.
“아니, 저건 그거 아냐. 그건 반 고흐의 아몬드꽃이야.”
“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내가 말한 그게 그걸 가리킨다는걸?”
그러게요. 아내의 모호한 문장을 듣고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함께 한 시간들이 서로에 대해 알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질문에 아내가 주저할 때면, 그 머뭇거림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함께 한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고민을 전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사랑해서 함께 하게 되었지만 매일 사랑이 아니라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고, 나와 너무도 다른 상대를 경험하며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을까를 염려합니다.

갈등은 우리 인생에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제합니다. 문제없는 인생을 기대하면 매일 마주 대하는 현실은 비극이 됩니다. 갈등을 경험하며 풀어나갈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만 한편에서는 물리적인 시간 자체도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인생의 모호한 질문마다 정답을 가져다 댈 수 없지만 시간 속에 답이 숨어 있다면 오늘을 품고 살아가는 것, 갈등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 씨름하는 매일의 시간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해답들을 캐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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