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멈춤'을 통과하며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며, 내일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실린 대사다. 격변의 개화기 시절에 딱 어울리는 그 대사가 최근 낯설지 않게 여겨지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았을 것 같은 일들이 현재 전 세계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수많은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며 사람들은 말한다.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전 세계가 당황하며 격리에 들어감으로써 ‘멈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과 차로 붐볐던 세계 대도시의 풍경은 마치 바람도 불지 않는 것처럼, 딱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좋을까. 당황스럽지만 반드시 이 멈춤의 시간을 ‘잘’ 통과해야 한다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고통의 보편성’ 앞에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물음을 스스로 가져본다.

예술, 학문,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18명의 평범했던 인물들의 전환기 체험을 다룬 책 <위대한 멈춤>에 따르면 “삶은 도약한다. 평범했던 한 사람은 어떤 ‘결정적 순간’을 통해 비범해지는데 지금껏 우리는 그런 순간을 전환점(turning point)이라고 불러 왔다. … 그러나 이 ‘전환의 순간’은 긴 인생을 압축해서 보았을 때 하나의 시점처럼 보이는 것일 뿐, 실상은 시점이 아닌 기간(period)에 가깝다.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 이면에 숨은 의미를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도약하는 것이다. 사건은 단지 그 의미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일 따름이며,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차원의 인생이 펼쳐진다”고 말한다.

그렇다. 지금 이 ‘멈춤’의 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반응하는지에 따라 그 ‘다음’이 달라질 것이다. 4월 특집 ‘멈춤을 통과하며’는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가, 개인이, 그리고 이웃으로서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낼지를 소개한다.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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