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멈춤'을 통과하며

주님,
지금은 밤입니다. 우리는 캄캄한 밤을 맞았습니다.
너도 나도 별이 보이지 않는 밤을 살고 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어둠 속에서 예배당 종소리를 추억합니다.
어둠을 뚫고 사람들의 잠을 깨우던 맑은 종소리를 기억합니다.
우리는 그 종소리에 맞춰 하루를 시작했지요.
그리고도 주일에는 그 종소리에 맞춰 곱게 단장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러 예배당을 향하곤 했습니다.
그 예배당 종소리, 멈춘 지 오래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젠 예배당 예배마저 멈췄습니다.

몸을 길게 늘어뜨린 기차처럼,
우린 지금 터널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기에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함으로
긴장하며 길을 가고 있습니다.
캄캄한 터널 속에서 우리는 덜컹거리고 흔들리면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중입니다.
그동안 우린 너무 ‘속도’에만 치중하고 살았습니다.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소중한 선물들을
소소한 것으로 여기고 감사는 잊은 채 살았습니다.
주님의 놀라운 사랑과 은혜로 살아오면서도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타고난 권리인 양 누렸습니다.

자비하신 주님,
지난날의 오만한 삶을 고백하오니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하나님 자녀로서 도무지 자녀다움도 품위도 없었습니다.
하나님 사람으로서 올곧은 지조도 자긍심도 없이
그저 무리 속에 섞여 살기에 바빴습니다.
우리의 무절제와 무책임, 무례함과 편협,
완고함과 다툼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여 주옵소서.
주님은 우리를 세상의 빛이라 하셨으나,
우리는 등불을 켜서 높이 들지 못하고
말 아래 깊이 가두고 살았습니다.
아니, 등불이 이미 꺼진 줄도 모르고
빛이거니 생각만 하고 살았습니다.
주님, 우리의 어리석음과 불경건한 삶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보혈로 우리를 씻어주옵소서.
다시금 정결케 하여 주옵소서.

그럼에도 주님,
우리를 살펴 주옵소서.
예배당 예배는 멈췄지만 예배를 멈추진 않았습니다.
서로 대면하는 만남은 멈췄지만 대화를 멈추진 않았습니다.
서로 사회적 거리를 두고 식사마저 등진 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마음까지 거리를 두진 않았습니다.
일상의 멈춤을 통해 우리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우치는 중입니다.
신앙생활의 멈춤을 통해 믿음의 가족들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행복인지 심령으로 깨우치는 중입니다.

그러기에 주님,
아직 터널 끝이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믿음으로 간구합니다.
결코 어느 한 사람도 이 어둠 속에 멈춰 서지 않도록
주님께서 도우시고 선한 길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어둠 속에서도 우리 모두 기도로 깨어 빛을 바라게 하옵소서.
막막하다 하여 이웃을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손 내밀어
서로 붙들며 어둠을 견디고 이기게 하옵소서.
잠시 멈추었으나 아주 멈추지 않음으로써
기필코 터널을 통과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 모두 눈부신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승리의 함성을 힘껏 지르게 하옵소서.
마침내 가슴 벅찬 감격으로 맘껏 주님을 찬양하며
모두 함께 손잡고 새날을 살게 하옵소서. 오, 주님!

김안식
강서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회원으로 <다산의 목민심서와 선비설교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시집과 칼럼집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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