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언제 할 것인가 : <나무를 심은 사람>이 알려주는 ‘언제?’의 지혜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인 <나무를 심은 사람>. 황량한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 알프스 산간에 나무를 심은 노인의 이야기로, 물을 찾아 헤매던 화자는 구세주처럼 양치기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그는 이 외진 곳으로 들어와 매일 나무를 심고 있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도,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났을 때도 그는 매일 나무를 심었다.
“물이 마르고 땅이 죽어가는 것은 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나무를 심어 땅을 살려보려고 합니다.”

화자는 나무가 조금씩 자라고 숲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오직 한 사람의 ‘매일’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그동안 한 번도 그가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가 겪은 시련을 잘 아실 것이다. 나는 그가 겪었을 좌절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숲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수없이 절망과 싸웠을 것이다.”

엘제아르 부피에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1945년 6월.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옛날 황무지였던 땅은 울창한 숲이 되었고, 그 아래 작은 마을들은 분노가 사라지고 평화가 깃든 마을이 되어있었다.

“마을은 천천히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의 건강하고 티 없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자신의 영혼과 몸 밖에 아무것도 없었던 한 남자가 그 황량했던 대지를 약속의 땅으로 바꿔놓은 걸 생각하면 그의 인생은 너무나 멋진 것이었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그의 신념과 인내, 그리고 아낌없는 영혼을 생각할 때마다 내 가슴은 노인을 향한 말할 수 없는 존경심으로 가득 차오른다. 그는 오직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을 스스로 해낸 것이다.”

새해를 맞아 특집을 준비하며 우리 모두에게 던진 질문, ‘언제 할 것인가’. 가치 있는 일, 꼭 감당해야 할 그 일들을 위해서 엘제아르 부피에가 보여준 ‘오늘’을 소복소복 쌓는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또 한 명 ‘나무 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프랑스 출신 캐나다 에니메이터 프레데릭 백이다. 이 작품을 컬러 연필로 그렸는데, 작업 기간 5년 6개월 중 4년만 어시스턴트 1명 둔 것 빼고는 모두 혼자서 작업했다고 한다. 그는 이 작업 도중 한쪽 눈을 실명하였으나,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아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새해를 맞으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큰 계획을 갖고 있는가. 시작해야 하는 날은 바로 ‘오늘’이다. 그 오늘이 소복소복 쌓일 것이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