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걸까요?
보이지 않는 나라, 믿음의 영역, 모두 가상의 공간에 불과하지 않나요?

<인셉션>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믿음을 고민하는 제게 강력한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꿈속에서 한없는 시간을 보낸 사이토에게 코브가 찾아가서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고 말합니다. 사이토에게 꿈은 더 현실 같은 세상이고, 현실은 두려운 미지의 영역이 아니었을까요?

영화 <매트릭스>에는 파란 약과 빨간 약이 나옵니다. 파란 약을 먹으면 가짜 세상이지만 거기서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빨간 약을 먹으면 진짜를 깨닫게 되지만 그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중 빨간 약을 먹었지만 동시에 파란 약을 동경하는 인물도 등장합니다. 꿈속에 지은 자신의 왕국을 벗어나는 일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살아가는 현실은 ‘정거장’과 같은 곳입니다. 물론 지금 내가 선 곳에도 보이지 않는 전쟁과 왕의 통치가 있지만 또한 거처를 마련하고 다시 오실 것을 약속하신 왕의 나라도 분명 있습니다.

현실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현실에 익숙해진 나머지 진짜가 됩니다. 믿음은 가상의 공간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현실의 창을 조금씩 깨뜨리고 틈을 만드는 시간이 없다면 나는 현실의 벽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게 될 것 같아, 그렇게 마음과 생각이 단단하게 경화되어 버릴까 두렵습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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