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내가 아닌, 타자를 기억하는 시간되기를

어떤 크리스마스를 꿈꾸는가. 책장을 뒤져보면 숨어있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 어려서부터 읽은 익숙한 문학작품들, 어른이 되어 다시 들여다보니 지금은 누구를 바라보아야 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몇 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통해 그 의미를 따라가 보자.

✽ 이야기 하나 ‘성냥팔이 소녀’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 추운 겨울, 굶주린 성냥팔이 소녀가 있다. 성냥을 팔지 못하면 아버지에게 혼나기 때문에 다 팔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갈 수 없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성냥 사세요” 말을 걸지만 모두가 그냥 스쳐 지나간다. 소녀는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성냥 한 개비를 긋는다. 성냥을 긋자 큰 난로와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식탁, 그리고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 보고 싶은 할머니가 나타나는데, 그것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할머니를 보기 위해 남은 성냥을 모두 그은 소녀.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그 소녀는 미소를 띤 채 죽어 있다.
우리들 주위에 있을지 모르는 그 ‘성냥팔이 소녀’. 우리는 당연히 여기는 그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우리의 이웃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이야기 둘 ‘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가 1906년 발표한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원제는 ‘The Gift of the Magi’ 즉 ‘동방박사의 선물’이다.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부부 짐과 델라. 짐은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시계가 자랑거리였으며, 델라는 길고 아름다운 갈색 머리카락이 자랑거리였다. 어느 크리스마스 날, 델라는 남편의 시계와 어울리는 시곗줄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시곗줄을 산다. 그런데 짐은 델라에게 장식용 머리빗 세트를 주려고 이미 자신의 시계를 판 것. 엇갈렸지만 부부는 서로를 보며 따뜻하게 웃는다.

작가 오 헨리는 작품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동방박사들은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게 된 것도 바로 그들에게서 시작된 것이다”라며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현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서로 희생한 짐과 델라야말로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동방박사들이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는 그 마음이 바로 아기예수에게 선물을 준비해서 내놓았던 동방박사들의 그 마음과 같다고 말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선물을 준비하는가.

✽ 이야기 셋, ‘작은 아씨들’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지은 소설 <작은 아씨들>. 남북전쟁 중 매사추세츠 주에 살고 있는 중산층 가정인 마치(March) 가족 네 자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전쟁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넉넉지 않은 형편에 어머니와 살고 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아침,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너희들에게 할 얘기가 있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갓난아기가 있는 가난한 여인이 있단다. 여섯 아이가 몸이 얼지 않게 한 침대에 모여 있더구나. 불을 피우지 못했거든. 그 집에 먹을 것도 없어. 제일 큰 사내아이가 와서 배고픔과 추위로 고생한다고 하더구나. 얘들아, 아침 식사를 그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수 있겠니?”

네 자매는 배가 고팠지만 흔쾌히 수락하고 크리스마스 아침식사를 챙겨 그 집을 방문한다.

‘불을 피우고, 낡은 모자와 망토로 깨진 유리창을 막았다. 마치 부인은 아기 엄마에게 차와 오트밀 죽을 주면서 도와주겠다고 위로했다. 그리고 자기 자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아기에게 옷을 입혔다. 그 사이 네 자매는 식탁을 차린 뒤 아이들을 불가에 앉히고 배고픈 새들을 먹이듯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였다.’

후에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감동한 이웃의 부자노인은 네 자매를 위해 근사한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를 대접해 준다. 사랑의 이야기는 머무르지 않고 흘러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먹고 마시며,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지 고민하는 시간들로 점철된 크리스마스라면, 되돌려야 되지 않을까. 단연코 크리스마스는 ‘타자’를 기억하고 품에 안는 시간이어야 한다. 산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산타가 되어주는, 해산할 곳 없어 헤매는 요셉과 마리아에게 거할 곳을 내어놓는 그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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