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배려수업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크고 작은 ‘배려의 순간’을 경험한다. ‘배려’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선명하게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 오래된 일이지만, 잊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던 순간이었다.
부모님께서 정성스레 담가주신 김치를 받아 오는 길,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멈추었다.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고장 난 차를 인근 카센터에 맡기었는데, 문제는 트렁크에 실린 김치통이었다. 그대로 두자니 김치가 너무 익을 것 같고, 들고 가자니 버스에 타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는 수 없이 무거운 김치통을 들고, 조심스럽게 버스를 탔다. 그런데 내릴 때가 되어 김치통이 들어 올리는 순간! 비닐이 찢어지고, 기울어진 뚜껑 사이로 흘러나온 김칫국물에 버스 안은 김치 냄새로 진동하였다. 게다가 김치통을 두 손으로 안고 내리기엔 김칫국물이 통 사방에 묻어 있어서 순간 넋이 나가 있었다. 그때 한 중년의 여성분이 다가와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몸을 굽힌 채로 김칫국물을 열심히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김치통을 버스에서 함께 내려주셨다.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시야에서 사라져간 그 여성은 분명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였다.

일상의 배려
표준국어대사전에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배려를 정의하고 있다. 타인의 필요를 알고, 도움을 주는 행위나 그러기 위해 마음을 쓰는 상태를 ‘배려’라고 한다. 배려란 단어를 의식하고, 하루를 살아본 적이 있는가? 참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로, 일상에 크고 작은 배려의 모습이 존재한다.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아들이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뽀뽀를 해주었다. 마을버스를 타는데, 운전 기사분이 웃으며 인사를 해주셨다. 건물에 들어서는데 앞에 먼저 가던 분이 문을 잡고 계셨다. 오늘 입은 옷이 잘 어울린다며, 인정과 칭찬의 말을 해주는 동료가 있었다. 점심에 식당에서 주문을 하는데, 아주 밝게 인사해주었다.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었다.
‘배려’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면, 실제로 참 많은 배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 주변엔 늘 작은 도움이나 보살핌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둘째로, 배려는 배려 받는 상대방의 표정을 밝게 한다.
배려를 관찰하며, 놓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웃음과 밝은 표정이다. 일상에서 밝게 미소 지을 만한 일을 찾아보기 힘든 이 시대에 배려는 상대방에게 잠시나마 따뜻한 안전감을 느끼게 해준다. 작은 것이라도 배려를 경험한 사람은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셋째로, 배려는 상대방과 자신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배려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아닌 이타적인 행동이다. 타인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하지 않은 채 타인을 돕게 되면, 그 도움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배려를 잘하는 사람인지 파악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상대방의 필요를 잘 헤아리는 헤아림을 점검해보는 것’이다.
한번은 아들과 축구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같은 팀 친구도 데려다주게 되었다. 친구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아들은 “이쪽 후문에서 내리는 것이 빨라? 정문에서 내리는 게 빨라?”라고 물었다. 내려주고 오는 길에 “아들, 잘 물어봤네. 아빠는 아무 생각 없이 내려주려고 했는데…” 라고 인정하자, 아들은 “아빠, 그 친구 아빠는 우리 집에 데려다줄 때, 늘 지하주차장 집 앞까지 데려다주셔”라고 웃으며 대답하였다. 배려를 경험한 아들은 받은 배려를 기억하고, 그대로 자신도 배려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것이 ‘배려의 선순환’이다. 배려 받은 사람은 배려의 좋은 의미를 기억하고, 다른 이들에게 보답하려는 모습을 가지게 된다. 함께하는 가족, 동료나 선, 후배로부터 배려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오히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좋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배려가 학교, 가정, 회사 우리가 머무는 모든 곳에서 지속해서 일어난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누가복음 6:31)고 말씀하셨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예수님을 닮아 영적으로 육적으로 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향하는 것이다. 그 배려는 회복을 통해 그가 일상을 새롭게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가 만나고 지나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을 우리에게 허락해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한건수
G.LAB의 대표이며 본지 객원기자. 아름다운동행의 감사학교에서 ‘배려’에 대하여 강의하며, 감사의 삶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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