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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한 영혼의 안식처’
특집-배려수업 / ‘Shelter for soul’ 국제 디자인 공모전
[237호] 2019년 11월 01일 (금) 이경남 기자 penshock@hotmail.com
   
   

오른손잡이를 위한 물건은 있어도 왼손잡이를 위한 물건은 없던 시절이 있었다. 오른손잡이를 ‘정상’의 범주에, 왼손잡이를 ‘비정상’의 범주에 넣어 생각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경사로도 없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어떤 의미인가. 누군가를 배려하는 상품이나 건축 디자인은 편의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소외된 대상을 품는 ‘마음의 품’을 넓힘이다.

전 세계 작가들 참가 공모전 열어
그런 의미에서 최근 건축가들이 마련한 아주 특별한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사)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고, 국제전문인도시건축봉사단이 주관한 ‘Shelter for soul’ 국제 디자인 공모전이 바로 그것. ‘한 사람을 위한 영혼의 안식처’란 주제로 소외된 이웃, 한 사람의 삶에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담은 안식처(shelter)를 디자인하여 선물하자는 공모전이었다.
그런데 주최 측에서 놀랄 정도로 세계 각지의 건축 디자이너와 작가들이 응답해오기 시작했다. 총 54개국, 495명의 디자이너와 작가들이 참가 등록을 하고, 39개국 180개 작품이 실제로 제출된 것.

작가들이 생각한 ‘한 영혼’은 모두 그 대상이 달랐다. 또한 그 대상을 고려하고 배려하여 창작해낸 그 ‘공간’ 역시 영혼을 향한 위로와 존중이 담뿍 담겨 있었는데, 그중 본선에 진출한 15개 작품을 지난 9월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마루광장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 실제로 제작하여 전시하였다. 단순히 눈으로만 감상하는 작품이 아니라 한 사람이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실물 크기로 제작하여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며,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웃의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했다.

영혼의 대상 각각 달라
· 대상을 받은 인도네시아 작가의 ‘Dio’s Calming Pod’는 2등급 자폐장애로 판정되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 디오를 위한 공간이다. 디오는 비행기와 파란색을 좋아하는데 심한 불안 증세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고 화를 잘 낸다.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며 어찌할 바 모르는 디오를 엄마의 따뜻한 품처럼 안아주는 조용한 쉼터 공간을 교실 뒤편에 두도록 디자인했다.

· 재미교포 2세대인 한 청년은 1세대 이민자로서 매일 바쁜 생활 중 오직 점심시간 30분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살아온 아버지를 위해 깔때기 모양의 공간에 머리를 집어넣으면 온통 풀밭과 하늘만 존재하는 특별한 쉼터를 만들었다. 그 조그마한 녹색공간에서 마음껏 숨을 내쉬며 위로함을 받도록 한 그 작품의 이름은 ‘숨(Exale, 금상 수상)’이다.

· 한 중국계 미국인 여성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을 발표했다.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일들로 감정이 억눌리고 인생의 막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홀로 울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은 하늘하늘한 천을 걷어가며 계단을 올라가면 충분히 울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나오게 되어있다(Open A Window for a Crying Soul, 동상 수상).

·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불법 정착촌에 내몰린 시골 이주민 가정의 16세 소녀 무니아. 한 번도 자기 공간을 가져본 적 없는 아이를 위해 공부에 집중하고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했다(A House of Ordinary Stories, 은상 수상).

영혼의 안식처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모든 사람은 따뜻하고 쾌적한 방뿐 아니라 영혼의 안식처를 고대하고 있다(Everybody wants, rich or poor, not only a warm dry room, but a shelter for the soul).’

건축가이며, 사회혁신가였던 사무엘 막비의 말에 도전을 받은 총괄책임자 천근우 건축사(국제전문인도시건축봉사단 대표)는 건축으로 이웃을 돕는 사역을 계속해오다가 2010년 아이티 지진 봉사 때 이 쉘터를 주목하게 되었다. 폭력이 난무하는 아이티의 현장에서는 단순히 임시거처였으나 원래는 거대한 아픔 앞에서 지친 영혼이 몸을 뉘어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이 하나의 쉼터, 안식처가 필요하리라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힘으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있을 때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아픈 영혼, 상처난 영혼들이 수없이 많으며, 이들은 어디로 피해서 안식을 얻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국제전문인도시건축봉사단에서 20년간 재난과 고통의 현장에서 요청하는 건물을 설계하고 세우는 일을 해오고 있는데, ‘한 영혼’의 절망과 슬픔에 반응하는 마음속 깊은 곳의 울림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흙으로 육체를 만드시고, 그 속에 하나님의 호흡을 불어넣어 우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살리신 것처럼 연약한 내가 또 다른 연약한 영혼을, 마음이 무너진 내가 마음이 무너진 또 다른 한 영혼을 돌아볼 때, 삶의 무게와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용기와 위로를 서로 얻게 됩니다. 영혼을 가진 한 사람을 돌보는 일이 곧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인 것을, 한 사람을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로, ‘한 영혼’으로 대하는 것이 바로 배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눈으로 보면 우리가 함부로 대할 존재는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15개 작품들은 ‘너, 나 우리의 Shelter for Soul’ 주제로 현재 2차 순회 전시중이다.
▲강화도 이삭의 우물교회(인천 강화군 선원면 해안동로 1009)와 ▲춘천 중앙교회(강원 춘천시 영서로2151번길 30), ▲예수님의사람들교회(경기도 광주시 고불로78번길 12)에서 내년 2월까지 전시된다.
한 영혼의 무게를 느끼며 묵상해볼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에서 한 영혼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문법을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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