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교회, 추수감사절 예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교회의 한 가난한 여인이 뜻밖에 아주 많은 양의 곡식을 예물로 드렸습니다. 한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물었습니다.
“특별히 감사할 일이라도 있으신가 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사실은 저에게 열 살 난 아들이 있습니다. 지난 해 그 아이가 병이 들었을 때, 이 아이가 건강을 회복하기만 하면 하나님께 많은 예물을 드리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면 아들이 이제 회복이 되었나 보군요?”
“아닙니다. 일년 가량 시름시름 앓더니 한 달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얘기를 나누던 사람은 몹시 놀랐습니다.
“그러면 하나님과의 약속은 무효가 되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감사예물을 드릴 수 있죠?”
그러자 여인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지금이야말로 주님께 선물을 드릴 때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제 아들을 하늘나라로 데려가셨고, 지금 그 품에 안겨 있을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더욱 감사하게 됩니다.”

지금 이 여인과 같은 상황에 있다면 과연 이런 수준의 감사가 나올까,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 각자 자신의 감사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의 바쁨에 매여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는지요. 우리가 일상에서 ‘감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그리고 기도 중에 감사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기에, 그 말을 사용하는 것만큼 자신의 감사지수가 높다고 착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감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과 감사하며 사는 것은 갈피가 다른 데 말입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불평에 금방 노출되고, 감사하면 할수록 더 많은 감사가 이어짐은 놀라운 일입니다.
예수님을 만나러 벳세다에 모인 무리는 장정만 5천명이었습니다. 실제는 5천명보다 훨씬 많은 무리였다는 뜻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잔디에 앉게 하시고, 한 소년이 가져온 도시락,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시고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무리에게 나누어주게(마태복음 14장 19절) 했습니다. 배고픔에 지친 사람들을 향해서 이적을 베푸신 장면입니다.
광야에서 이 많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겨우 어린 아이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가지고 왔고, 그것이 음식의 전부인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 예수님이 ‘축사’하신 것을, 영어성경에서는 ‘감사’(thanks)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충분히 먹고도 ‘열 두 광주리’에 가득 남았다는 사실을 깊이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속의 방식과 사뭇 다른 예수님의 방법 말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알면서도 세속의 방식과 가치에 함몰되어 있는 자신을 보아야 합니다.

감사할 조건이 생길 때 감사하는 것은 단계가 얕은 차원입니다. 어떠한 상황이든 감사로 재해석하는 것이 감사의 진수이지요. 5천명에게 먹일 것이 없으니 그들이 가서 사먹고 오게 하자는 제자도 있었고, 속수무책인 제자도 있었습니다.
이때 한 어린 아이의 ‘내어놓음’이 기적을 만들었고, 예수 안에서 감사가 충만하게 했습니다. “감사가 기적을 낳는다”는 것을 여기서 보는 겁니다. 그 도시락을 가지고 예수님이 ‘축사’(thanks)하신 때(시점)는, 그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나서 만족한 상황도 아니었고,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을 때도 아니었습니다. 광야로 가신 예수님을 따라다니다 배가 고파지고 지친 사람들의 눈이 자신을 향해 있을 때, 모든 사람이 해결방법이 없다고 여기고 있을 때, 작은 도시락을 가지고 ‘감사’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감사가, 수많은 사람들이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적’을 가져왔습니다. 오늘, 나의 감사는 나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 또 다른 감사가 일어나게 하고, 감사가 감사를 낳아 삶의 빛깔이 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어진 상황과 환경을 감사로 재해석하면 삶이 승리로 귀결한다는 것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대로 따라가 봅시다. 우리 삶의 태도를 바로 세우는 ‘감사’ 습관을 이 충만한 감사의 계절에, 바로 지금, 시작해볼까요?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이며, 한 영혼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과 거룩한 교회를 향한 열정이 가득하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20일’의 저자로, 방송설교 및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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