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바쁘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갈 때도 부모님은 제 곁에 계시지 못하셨고,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기까지도 집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일 년에 주일을 빼면 딱 명절 이틀을 쉬셨습니다. 추석과 설날이 되면 친척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셨다가 오후부터는 부족한 잠을 몰아 주무셨습니다.
그렇게 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부재한 듯 보이겠지만 그러나 전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해본 적은 없습니다.
환경과 상황에 밀려 지금은 대세가 된 맞벌이 부부.
그들의 마음 한편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습니다.
아이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빈자리를 돈으로 값 주고 살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게 반복한다면 아마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선물’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완전한 부모는 없습니다.
비록 실수와 어긋남이 있지만 서툴러도 말하고 보여줘야 합니다.
내 아이가 이해할만한 눈높이와 언어로 부모의 마음을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것은 선물을 값 주고 사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만날 때마다 안아주는 것, 잠든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것, 사랑한다 말해주는 것.
사랑을 담은 진심, 사랑을 담은 믿음은 아이의 마음에 쌓이게 됩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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