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가족이 달라지고 있다 / <싱글라이프> 저자 심경미 목사

“매번 결혼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힘들어요.”
30대 후반의 한 싱글 여성이 교회를 떠나겠다면서 털어놓은 이야기였다. 믿음이 좋아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던 친구였는데, 자신의 결혼에 대해 주변 교인들의 과한 관심과 무례한 언행에 지친 것이다.
“직장과 인생사로도 피곤한데, 결혼 유무로 차별하고 가볍게 말하며 소외시키는 분위기에, 내가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요.”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들
최근 싱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싱글 라이프>의 저자 심경미 목사(사진)가 실제로 들은 이야기이다. 심 목사는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하고 장로교신학대 대학원을 졸업한 목회자로 교회 내 싱글여성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누군가는 항변으로 들을 수 있겠지만 목회자이면서 동시에 싱글인 심 목사는 저 말이 ‘절규’로 들렸기 때문이다.
“싱글이 교회 공동체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소외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싱글들은 점점 교회를 멀리할 것입니다. 앞으로 결혼하지 않는 싱글의 비율은 더 늘어갈 것인데, 싱글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는 교회에 사람이 줄어드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저는 비혼자가 아닙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지요. 싱글이란 표현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나의 상태를 그대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태어날 때도 혼자 태어나고 죽을 때도 혼자 죽지 않습니까. 인생 주기 전체를 보았을 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싱글이 됩니다. 그런데 목회자인 저조차 교회 안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평신도의 경우는 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혼뿐 아니라 이혼이나 사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쉽게 얘기를 한다. 누군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있는 삶으로 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
“한 분이 괴로워하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자녀가 사별을 했는데, 얼마 안 되어 딸아이를 붙잡고 사람들이 재혼하라고 했다고. 사별한 자녀만 힘든 게 아니에요. 그 부모도 너무나 힘들어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고 있는 걸까요.”
“모든 사람이 결혼해야만 함께 사는 것이 아닙니다. 친구와 함께 사는 사람, 다른 혈연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결혼만 하면 인생의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재촉하는 걸까요? 삶의 문제와 외로움이 결혼으로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혼을 우상화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살면서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넘치는 은혜와 선물과 삶의 자유에 감사하고 있어요.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는 말씀에 저는 아멘을 말합니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섬기도록 격려 받아야 합니다.”
심 목사는 이어 이렇게 강조한다.
“그 어떤 이유라도 그렇게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지체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지요. 성경에서는 고아와 과부 곧 사회적 약자의 삶을 배려하라고 요청하니까요. 당시 사람들이 가족과 결혼제도에서 소외된 고아와 과부를 무례히 대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배려하는 것이 새로운 피조물로 사는 사람의 자세”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교회 공동체는 결혼으로 형성된 가족 공동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체계와 교육 시스템이 결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싱글들이나 여러 형태의 가족들이 교회 주변부로 밀려나가지 않도록 조직의 재구성 및 목회적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만 기억하고 있으면 우리는 서로를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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