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가족이 달라지고 있다

* 피아니스트 블랙 쇼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입상하고 데뷔할 즈음 그의 아내는 세 딸을 두고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내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던’ 그는 라떼파파(커피를 들고 유모차를 미는 아빠를 지칭)의 모습으로 긴 세월 모두에게 잊힌 채 육아와 연습에 몰두했다. “사람에겐 자신이 모르는 능력이 있더군요. 줄어든 시간에 스스로 엄격하게 연습하며 헌신하는 마음으로 힘을 다했지요.” 그는 25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곡 모차르트소나타를 연주하며 성찰과 섬세함, 우아한 감성을 인정받아 그해 베스트 클래식 음반을 낸 뒤 최고 연주자로 순회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 ‘아직도 결혼 안 했어?’ ‘왜 결혼 안 하세요?’라는 질문 앞에 되받아치고 싶은 감정이 일어나지만, 하나님께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여기세요?’라고 항변함으로 마음을 다잡는다는 캐롤린 맥컬리. 그녀는 새로운 만남이나 동창회에 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온 30대를 지나 미디어 전문직 여성으로서 더 자발적이고 폭넓은 생활을 진취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삶 자체를 결혼에 초점을 맞추어 기다리며 살던 모습을 벗고 충만한 하루하루를 채우게 된 변화의 모습을 그의 저서 ‘오늘 허락된 선물’에 보여준다. 많은 고민과 질문 가운데 정립시켜간 일과 나눔과 인간관계 이야기가 바람직한 ‘솔로’의 모델이 될 정도다.

‘솔로’에 대한 조바심을 벗으려면
(솔로 중 가장 큰 집단은 미혼이므로 특별히 지칭하지 않는 한 그들을 대상으로 말한다.)
‘솔로’로 살아가는 것은 키가 너무 크거나 작아서가 아니고 너무 과묵하거나 말수가 많아서도 아니다. 너무 똑똑해서도, 너무 까다로워서도 아니고 과거의 실수나 죄악된 성향 때문도 아니다. 단지 그분의 뜻이기 때문이다. 솔로로서의 오늘을 ‘허락된 선물’이라 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융통성 있게 시간과 물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콰도르 선교사로 헌신한 남편 짐 엘리엇 선교사가 순교한 후 부족 속에 남아 선교 사역을 이어간 엘리자베스 엘리엇, 그녀는 솔로의 삶을 ‘자비로운 기부’라고 말하며 교회나 이웃 봉사에 활동적이고 자유롭게 참여할 기회라고 말한다. 누구나 지내게 되는 ‘솔로 기간’, 그것이 길어지는 시점에서 조바심을 벗고 이런 충만한 삶을 향한 시작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모두의 기존 사고를 바꾸는 것이 어떻게 가능해질까.

잘 몰랐던 독신에 관한 이야기
전통 사회는 생육, 번성을 우선순위로 놓아 결혼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독교는 일찍이 독신을 삶의 양태로 받아들인 진보적인 면을 갖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기독교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
고린도전서 7장에서는 독신을 문맥의 정황상 사실상 결혼보다 낫다고 표현하고 있다.
“장가 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요 처녀가 시집 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로되 이런 이들은 육신에 고난이 있으리니 나는 너희를 아끼노라.” (고린도전서 7장 28절)
여기에 바울 자신의 경험과 목회 현장에서의 깨달음이 더해 사도 바울은 이외에도 독신의 유익을 말하고 있다.
또 아우구스티누스 시대에는 혼자 된 사람들이 2년 안에 재혼하지 않으면 벌금을 매기는 제도가 있었는데 교회는 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천천히 선택하도록 도왔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담백한 서술
결혼을 삶의 목표로 바라보는 정서가 맞는 것인가.
이런 접근은 현재를 오로지 기다리는 임시적 시간으로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고, 결혼에 대한 기대를 과도하게 갖게 해 훗날 결혼 생활을 뒤틀 수 있는 요인도 된다. 자기 성취를 위한 만남, 적령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조급함으로 인한 문제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에도 익숙해 있는 말과 생각을 변화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기독교인은 ‘사람이 사는 동안에 선을 행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는 줄을 알아’(전도서 3장 12절) 무엇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해야 함에도 말이다.
맨해튼에서 전문직 종사자 솔로들을 수만 명 목회한 팀 켈러 목사는 ‘소울 메이트’가 있다는 생각은 허구라며, ‘결혼은 나와 지극히 다른 사람을 만나 평생 자기중심성에 맞서는 수련 과정’이라고 말한다.
열정적인 로맨스도 어느 기간 동안 효용을 갖는 것이므로 삶은 하나님 안에서 원칙을 세우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부부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가트맨 박사는 이런 데이터를 내놓는다.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부부들도 5대 1 정도의 긍정과 부정의 느낌을 오가며 살게 되므로 결혼을 완전한 생활인양 그리는 것은 위험한 환경이 된다고.
미셸 오바마가 자서전 <비커밍>에서, 고독을 즐기며 일을 좋아하는 개인주의자와 외향적이며 이야기를 좋아하는 가족 중심적인 여자가 만나, 생활의 안정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으며 살아가는 내용은 결혼 생활에서 얼마나 성숙함이 요구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 이런 성숙함을 결혼 안에서만 배워야 할까.

충만한 솔로로 가꾸어가기
누구나 그렇지만 솔로야말로 주님과 만족스러운 소통을 하지 못하면 외로움을 피할 길 없다. 주 안에서 안식을 얻고 기쁨을 누려야 삶을 적절히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솔로로 중년이 된 <오늘 허락된 선물>의 저자 캐롤린 맥컬리는 안내해주고 있다. 결혼해서 배워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솔로인 지금 시작하자고. 요리 등의 집안일 뿐 아니라 주변의 어린이들을 사랑해주며 마음을 열고 이웃을 섬김으로 성숙해져 가자는 것이다.
캐롤린 자신이 어려운 부부들과 미혼모들을 도우며 인생을 깊이 알아가는 보람된 모습, 손님을 초대해 대접하며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는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발렌타인데이에 요양 시설을 방문해 손수 번 돈으로 작은 선물도 해보면 다른 얻음도 있다는 것. 이외에 교만한 마음 다스리기, 변명이 필요할 때 짧게 말하기 등도 제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고상한 품격을 지닌 솔로가 되려면 수많은 결혼과 돌잔치, 데이트 이야기에 냉소적인 마음과 씨름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들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오히려 복이 되는 사람으로 서 있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게 신실한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라고. 캐롤린은 조카들과 함께 대가족으로 거주하며 돌봐주는 가운데 이 책을 써서 그들이 싱글 기간을 지내는 동안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서문에 적고 있다.

솔로로서 조심할 한 가지
솔로에게 있어 무엇보다 예민한 혼전 성관계에 대해 팀 켈러 목사는 이렇게 조언한다.
“성적인 접촉은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하므로 로맨틱한 감정보다 우정을 먼저 쌓아가라.”
이에 대해 캐롤린 맥컬리 역시 조심스럽게 당부한다. 괜찮은 사람이라 여겨질 때 그간 하나님께 드렸던 마음을 다 걷어 그에게 던지며 “나 여기 있어요”라고 했다가 상처 입지 않기를. 결혼과 가정에 대한 무한한 이상을 낮추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삶의 유익을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기다리며 소비해 버릴 시간은 없다. 허락된 오늘을 충만하게 채워가야 할 뿐이다.

<솔로의 기도>
주님, 솔로의 삶으로 감사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게 하옵소서.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삶이 이어지더라도
하나님의 선한 이끄심을 믿고 따르게 하소서.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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